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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링이 되는 말하기와 글쓰기
    버킷리스트 실행보고 2018. 3. 31. 22:51

    정확히 1년 5개월이 걸렸다.

    토스트 마스터즈에서 10번의 영어스피치를 마쳤다.

    멤버중의 10번의 스피치를 하는 사람은 10%밖에 안된다고 하니 감격스럽다.

     

     

    이걸 받기 위해 5-7분짜리 영어스피치를 10번 외웠다.

    중간에 포기하고픈 마음도 많았지만, 잘 들어주고 피드백해주는 관객들이 있어 끝까지 할수 있었다.

    막상 받고 보니 더 뿌듯하구나.

     

    20대때 출근하며 전봇대에 붙어 있는 연극써클 회원모집 공고를 본적 있다.

    저기 가서 표현력을 길러볼까?

    어떻게 해야 하고 싶은 말을 할수 있을까?

    회의시간에 꿀먹은 벙어리였던 나는 아무도 회의시간에 부르지 않았다.

    남에게 휘둘리고, 내주장을 하지 못했다.

    세상과 연결이 끊어진듯 했다. 나혼자 무능한것 같았다.

    아무리 아는게 많아도 말로 표현못하는데 공부한게 무슨 소용 있을까?

    결국 나는 그 직장을 그만두어야했다.

    벙어리도 아닌데 말하지 못하는 설움이나 한이 그때 쌓인것 같다.

     

    그때 할수 있었던건 글쓰기였다.

    인터넷에 글을 썼다. 말을 안하는 대신 내면에 쌓이는게 많았다.

    구어체와 문어체가 다르듯이 글은 좀더 많은걸 표현할수 있었다.

    글을 쓰고 나면 속이 후련했고, 댓글로 반응을 보는것도 좋았다.

    때로는 글을 읽고 감명받았다는 메일도 받았다.

    이렇게 속에 쌓인게 많고 표현할게 많다는걸 글로서 알았다.

    하지만, 순발력은 0라 실시간으로 하는 말에서는 뒤떨어지는게 많았다.

    돌아서고 한참되서 이렇게 이야기할걸 후회한적도 많았다.

    어릴때부터 토론도 없었고 대화도 그리 없었다.

    일방적으로 훈시하거나 다그치고 화를 내고 내 말은 안듣고 돌아서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러다보니 어떤 감정은 쌓이는데 이게 뭔지도 모르고 어떻게 표현해야하는지도 몰랐다.

    그냥 발산되지도 않고 누적되어가는 감정들은 내 안의 어둠과 우울로 자리잡았다.

     

    상담을 받으며 구체적으로 그게 무슨 감정인지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말은 그다지 잘 하지 못했다.

    그 다음 단계는 글을 쓰는 만큼 말을 할수 있는것이었다.

     

    영어는 좀더 감정을 표현하기 좋은 언어이다.

    한국말보다 직선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고, you로서 수평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영어로 표현하는것을 즐겨했다.

    토스트 마스터즈에서 영어스피치를 하려면 원고를 준비해야하고, 원고를 외우며 문장을 다듬고, 제스추어나 억양, 볼륨 등을 조절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간결하게 내 의도를 전달하는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간 정리되지 않는 수다방식으로 이야기해온터라 전혀 구조적이지 않은 언어생활을 해왔다는걸 알게되었다.

    언어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은만큼 스피치를 준비하는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다.

    그래도 희안하게 스피치를 하고 나면 뭔가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가만히 돌아보니 나는 스피치를 예전 집단상담에서 했었던 "고백하기"의 수단으로 쓰고 있었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경험을 하며 여러 감정을 겪는다.

    이것이 잘 정리되지 않으면 내 안에 정체되어 쌓인다.

    어쩔때는 한 감정이 평생을 좌우하거나 오래 가기도 하는데,

    그 경험을 한가지 관점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나 글로 표현하면 그 경험이 객관화된다.

    상담은 사실 내안에 숨겨두었던 감정을 신뢰성 있는 사람이나 집단안에서 털어놓은 과정이다.

    그럴려면 그 대상과의 신뢰과 구축되어야 한다.

    내 말에 대해 진심으로 수용하고 공감해줄수 있는지.

    내 말을 퍼트리지 않을 안전망이 되어 있는지.

    내 경험을 내 자신이 온전히 소화하지 않았다면 남들이 알게 되는것이 무척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뢰성 있는 사람이나 집단에 그런 경험들을 이야기할수 있다면 그 감정은 발산되고 나는 비워지게 된다.

    그런 수단으로 치유적 글쓰기나, 연극치료, 음악치료 등 다양한 발산방식이 있는데,

    나는 영어스피치를 발산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영어로 이야기하면 감정이 좀더 객관적으로 된다.

    모국어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감정은 그 단어와 표현에 감정이 진하게 얽혀있어 입밖에 꺼내려면 용기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영어로 하면 영단어에 감정이 덜 묻어나서 이야기하기 좀 수월하다.

    더군다나 토스트 마스터즈의 관객들은 관대하다.

    나랑 일 등의 관계로 얽매이지 않아서 그런듯 하다.

    피드백을 보면 작은 장점도 크게 칭찬해준다.

     

    10번의 스피치를 하며 10번의 발산을 했던것 같다.

    그냥 있는 그대로 못하면 못하는대로 잘하면 잘하는대로 내 경험과 감정을 이야기했다.

    그래도 관객이 너그럽게 들어준다면, 연결감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내 단점과 취약성을 관객이 들어주는건 어떤 안도감을 준다.

    이래도 괜찮구나라는 기분이 든다. 더군다나 피드백지에 내 경험을 공감해주는 멘트라도 읽게 되면 더 안도하게 된다.

    수없이 고립되면서 생겼던 자기의심과 세상에 대한 불신의 벽이 한단계 낮아진다.

     

    정말 남에게 말못할 이야기는 게시판에도 쓰지 못할 내용은 일기장에 쓰면 좋다.

    솔직하게, 내일이 없는것처럼, 아무 규제나 예절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사람처럼.

    그럼 어느순간 내안에 쌓인 감정은 저만치 떨어져나가게 된다.

     

    아직 내 영어는 어눌하다. 치명적으로 남이 하는 말을 완전히 못알아듣는다. one-way로 내 말만 하는 영어라 부끄러울때도 많다.

    친구들이 내 원고를 수정해줄때는 특히 교포친구가 해줄때는 너무 낯뜨겁다. 이런 허접한 문장을 보여줘야한다는게 말이다.

    내가 써놓은 원고를 외우기 싫을때도 있다. 자기의심으로 이런 문장으로 과연 의미가 전달될까 하는 의구심이 여전히 있다.

    부끄러움과 의구심을 없앨수는 없다. 그저 그래도 할뿐이다. 그러다 보면 발산되어 있고 나는 비어지고 좀더 가벼운 마음이 되는걸 알수 있다.

     

    솔직히 말하고 솔직히 써보라.

    그럴수록 나는 가벼워진다.

    마음의 다이어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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