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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감함에 대한 깊은 이해
    지혜의 책 2017. 1. 8. 16:53

    난 추운게 싫다. 우리부모님은 옛날 사람들이기 때문에 추위앞에서 모든 것을 아낀다. 어느날 새벽, 일을 많이 해서 지치고 힘든 잠을 자고 있을때 온수매트가 있다는 이유로 내 방 보일러를 꺼버렸다. 그것도 며칠동안. 냉골이 된 방 위로 올라오는 냉기에 잠을 깼다. 순간 너무 화가 나고 예민해졌다. 옛날 봉사갔던 청소년 쉼터에서 느꼈던 온기가 부러웠다. 가출 청소년도 쉼터에 가면 따뜻한 방에서 잘 수 있는데, 나는 왜 보호받지 못하는가에 서러웠다. 엄마는 뭐든지 아끼려는 아버지를 이해하라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감정으로는 서러웠다. 객관적으로 봐도 나는 추위에 보통사람보다 예민했다. 아는 상담 선생님께 털어놓으니 모든 혼란스러운 감정을 해결해주시는 말씀을 해주셨다.

     

    저도 추운게 세상에서 제일 싫어요. 추위에 예민해도 괜찮아. 난 예민해도 괜찮아. 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

     

    그날 난 호텔로 가출했다. 이제 내방 보일러는 안 끄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하룻밤이라도 따뜻한 방에서 편히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호텔로 가는 길에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이라는 책을 샀다. 추위에 예민한 나에 대해 알고 싶었기때문이다.

     






    이 책 앞부분을 보면 민감도를 테스트할수 있는 문항25개가 나온다. 나는 이 문항에 20개가 해당된다. 전체 인구의 15-20%에 해당되는 민감한 사람은 추위, 소리, 냄새에 예민하다고 한다. 그래서 곧잘, 대중이 모여있는 장소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조용하고 혼자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어린시절을 돌아보면 난 학교에 가는걸 좋아했다. 여러 친구들이 모여야만 할 수 있는 활동이 멋었었다. 한사람씩 꽃을 그려 오려서 정원 그림을 완성하는 미술활동을 보며 난 여럿이 모이면 이런 대단한 일을 할수 있구나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운동회를 위해 준비하던 단체율동도 멋지다고 생각했다. 부채춤을 추며 파도타기를 만들거나 원대형으로 서서 작은 원과 큰원을 만드는 것이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단체활동을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친구들과 있는것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친구들과 있으면 내가 하고 싶은걸 잘 하지 못했다.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알코올램프 켜고 끄는 실습시험을 하는것도 힘들었고, 체육시간에 줄넘기를 하는것도 힘들었다. 선생님이 지켜보고 있는 체육시간은 긴장하기 일쑤였다. 국민학교때 토요일마다 산에 올라가 야외활동을 하곤 했는데, 어느날 책에서만 보던 고사리를 발견했다. 친구들이 우르르 모여 , 고사리다~”하고 신기해하며 관찰했는데 난 뒤에 서서 끼지 못했다. 오후에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고 혼자 그 고사리를 자세히 보러 산에 갔던 기억이 난다. 중학생이 되어선 혼자서 우이천 둑에 가서 민들레 홀씨를 찾거나 산에 올라 아카시아 꽃을 따먹던 기억도 있다. 대충 돌아보면 사람들과 있는 것은 좋을때도 있지만 긴장한 스트레스 상황이었고,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혼자 돌아다녔던 기억이 많다. 어려도 내가 혼자 조용히 있어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긴장하지 않고 할수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선 이런 내 기질과 성향이 맘에 안들었다. 이른바 외향적이고 사람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자기가 하고싶은 것을 말 잘하는 사람들이 멋져 보였다. 그래서, 멋진 기준에 한참 미달인 나자신을 좋아하지 않아 우울한 20대를 보냈었다. 30대가 되어선 어느정도 내 기질을 받아들였지만, 때로는 나 자신도 내가 이해되지 않을정도로 예민해질때가 있었다. 제일 힘든 것은 내가 내 자신을 이해하지못할때였다. 그래서, 에니어그램을 공부했는데, 함정이 있었다. 에니어그램의 발달수준에 나를 또 맞췄던것이다. 그 수준에 높지 않은 나를 또다시 비하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 책을 따뜻한 호텔방에서 읽고 나서는 내 자신을 한번더 깊게 이해하게 되었다. 예민한 사람들은 드러나는 보여지는 활동에서 떨어질수 있지만, 예민함이 잘 보호되면 남들이 가지지 못한 통찰력과 섬세함이 나타날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난 내 기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회에서 인기 있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삼고 나를 항상 그 기준에 맞추려고 해서 힘들었다는것도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다. 예민하면 동시에 두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업무요청이 두세가지가 한꺼번에 들어오면 왜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지도 알게 되었고, 예민한 사람들이 갖는 순식간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때로는 산만해지는 기질도 이해하게 되었다.

     

    예민하다보니 무언가를 습득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릴수 있고, 남들이 하는 발달순서대로 못 쫒아 갈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연예를 습득하는게 힘든데, 돌아보면 어린시절 예민함을 이해받지 못하니 부모님과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그런듯 하다. 보통 부모님들은 예민한 아이를 제대로 케어하는법을 몰라 예민한 사람들이 애착관계가 잘 안될 수 있다 한다. 실제로 전체 인구의 50% 정도만이 부모님과의 애착관계가 좋다하니 내가 그리 불행한 케이스도 아니다. 이렇게 잘 되지 않은 부분은 계속 시도하고 실패하고 실패를 통해서 배워야 한다. 그런데, 예민한 사람들은 실패가 두려워 회피할수 있다고 한다.



     

    나는 노력했지만 실패한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들은 엄청난 돈과 시간을 날렸지만 노력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지금 그들은 자신과 세상에 대해 좀 더 배우고 현명해져서 또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적어도 노력을 하면 완전한 실패라고 할 수는 없으며, 뒷전에 앉아 있을 때보다는 훨씬 더 자신감이 생긴다.


     

    실패한 경험도 자산이라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나만 돈과 시간을 날린 꼴통이나 삐꾸가 아니다. 인간은 실패를 통해 지혜로워진다. 적어도 이렇게 하면 잘못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토론을 거듭한 끝에 그는 가르치는 일이 민감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적당한 직업이라는 사실에 동의했다. 그들에게는 가르치는 일이 딱 들어맞지만, 스트레스가 그 일을 계속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가 일을 그만두는것보다는 과로를 하지 않는 편이 훨씬 다른 사람들을 위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바로 다음날부터 그레그는 오후4시 이후에는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창의성을 발휘해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그는 동료들과 교장에게 자신의 새로운 근무방식을 숨기려고 했지만 결국 들통이 났다. 교장은 그레그가 중요한 일을 잘 처리하고 더 행복해진 것을 확인한 뒤 그의 방식을 허락했다.


     

    직장에서 야근을 안해도 굉장히 피곤해질때가 있다. 이것 또한 민감성 때문에 그런건데 나는 타인보다 능력이 떨어져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위의 글처럼 자신의 기질과 스트레스에 대한 파악후 무리되지 않는다면 그것에 맞춰 일하는 것이 능률을 올릴 수 있다. 꼭 남처럼 일할 필요는 없는것이다.

     

     


     

     감수성이 너무 풍부해서 다른 사람들과 사적으로 복잡하게 얽힐 수 있다. 직장에서는 특히 그런 점을 조심해야 한다. 일을 할 때는 경계선을 분명하게 그을 필요가 있다. 덜 민감한 사람들과는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깊은 감정을 나누는 친밀한 관계는 직장 밖에서 구하자.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재능을 직장에서만 발휘하지 말고, 예술이나 미래를 위한 계획, 부업 또는 생활 자체를 통해서도 표현하는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직장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에 그치지 말고 재능을 좀 더 확장해보자.


     나 또한 직장에서 친밀한 관계를 원할때가 많은데, 직장은 일이 목적인 곳이라 친밀한 관계가 우선이 아니다. 그 욕구를 실현하는 장으로 직장을 택하지 말라는 경고가 와 닿았다. 또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아 직장에서 그 아이디어들이 수용되길 바라는 경우도 많은데 현실적인 여건상 안될때도 있다. 그럴때는 직장밖에서 다양한 창의적인 활동을 하라는 충고도 도움이 된다. , 직장을 내 욕구를 다 발휘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곳이라는 기대를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내성적인 사람도 사회적 존재이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충동이 아무리 강해도 다른 사람들을 필요로 하고 연결되기 바라는 무의식적인 욕망은 피할 수 없다. 다행히 일단 밖에 나가서 몇 차례 사랑을 해보면 아무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흔히들 바다에는 다른 고기들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한다. 지독한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면 세상을 좀 더 경험하면서 어떤 사람들이 실제로 자신을 편안하게 해주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신이 경험한 사랑이나 우정을 돌아보자. 오랫동안 혼자 떨어져 지낸 이후가 아니었는지.


     혼자있기도 좋아하지만, 사람을 그리워하는 이중적인 측면이 있다. 특히, 혼자있는 시간이 오래된 후거나 어떤 일로 인해 감정적인 소모를 겪은 후에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커진다. 하지만, 내가 불완전하듯이 타인도 불완전하다. 그런데, 내 외로움이나 감정소모가 깊은 후에는 타인에게 바라는 것이 완전한 것을 바라게 된다. 마치 내 빈 공간을 타인이 채워줄 의무가 있는것마냥. 이것은 나의 착각이다. 나의 착각이 깨어지는 순간, 나는 또 좌절하고. 하지만, 이 글에서 나오는것처럼 건강한 관계란 나자신을 잘 알고 나자신에 맞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아는 것이다. 설령 그런 사람을 빨리 만나지 못했다 할지라도 좌절할 필요 없다. 바다에 물고기가 많듯이 세상에 사람이 많으니까. 단지, 내가 예민해서 모든 것에 속도가 늦다는 걸 존중해주면 된다.

     

     

     

    혼자 지내지 못한다고 해도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어떤 사건이나 누군가에 의해 자신감을 키우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홀로서기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하게 혼자가 될 필요는 없다. 친한 친구, 다정한 가족, 가끔 집에 찾아오거나 함께 영화를 보러 갈 수 있는 동료, 충직한 개, 귀여운 고양이 등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위안을 찾을 수 있다

     

    한때는 애인을 사귀는 것이 내 허세를 채우고 자랑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고, 사귀지 못하면 엄청 부끄러운 일로 여겼다. 그래서, 자신에서 짝사랑도 허용하지 못하고 연예를 못하는 내 자신을 들볶았던적이 있다. 하지만, 어떤 모습이건 나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 없다. 나는 고유한 존재이고, 꼭 연인관계가 아니더라도 내 주변엔 소중한 인간관계들이 많이 있다. 그 일상적인 관계들이 나를 얼마나 채워주고 있는지 소중함을 간과해선 안될것이다.

     

     


     

    나중에 누군가를 탓하지 말고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한다. 당신이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즐길 수 있는지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로 당신이다.

     

    결국 나를 잘 알아야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또한, 그것을 표현하고 실현시킬 의무도 나에게 있다. 이제까지 내가 인간관계에서 힘들었던 것은 이 책임과 의무를 남이 해주길 바래서였다. 남이 내 마음을 읽어주길 바라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길 바래서였다. 이제 돌아보니 얼마나 어리석인 바램이었는지. 내속을 내가 안 들여다 보면 누가 알겠는가? 혹 알고 있어도 내가 세상에 요구하지 않으면 누가 이해 하겠는가?

     



     

     우리가 자신의 그림자에 대해 알기 어려운 이유는 보통 그런 부분에 그럴듯한 변명을 갖다 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친한 친구들은 우리의 그림자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기를 주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함께 생활해야 하는 아주 가까운 사이에서는 상대방의 그림자를 알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때로 다툼이 일어난다. 하지만 서로의 그림자에 대해 알고 그것을 감수하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기 전에는 정말 가까워질 수 없다.


     

    그림자가 없는 인간은 없다 한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듯이 우리는 누구나 그림자가 있다. 어느정도 거리유지를 하면 상대의 그림자를 모르겠지만, 가까워지면 질수록 우리는 그림자를 보게 된다. 그냥 솔직하게 나 그래. 나 이런점이 이상하고 이런점이 약점이야.”라고 인정하고 말하는게 얼마나 어려운가? 마치 발가벗겨진 나를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그림자를 인정하면 정말 가까워지고 관계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내가 이런 그림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그 신뢰감을 높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더 친해지기 위해 용기를 내야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이해 못했던 내 모습을 더욱 더 이해되었다. 여행을 가도 사람 많은데 오랫동안 있으면 왜 스트레스를 받는지, 여러 군데 보는 것보다 중간중간 한군데에서 쉬며 그동안 본 것을 정리하는 시간이 왜 필요한지 (민감한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얻기 때문에 그것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알게 되었다. 더불어 부모님께 내 민감성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이제까지 남들을 기준 삼아 남들처럼 살기를 스스로에게 바랬던 내 모습도 보였다. 그 욕구의 핵심은 욕심이었다. 남들이 부러워 보이고 부러워 보이는 것을 나도 취하기 바랬던 욕심. 하지만, 나는 남들과 다른 기질이 많다. 이미 평균적인 대한민국 여성상하고는 상당히 멀게 살아왔다. 내 대학동기들은 결혼해서 자녀 입시를 준비하는 학부모가 되었지만, 나는 내 자신을 이해하고 내 삶의 의미를 찾고, 상담공부를 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들과 같은 스피드와 성취를 바라고 있는 나 자신이 보였다. 남들이 하는 것을 다하지 못했지만, 대신 남들이 가지지 않은 것을 나는 얻었다. 내 욕심 때문에 내가 가진 것을 보지 못한다면, 그것은 내 행복을 내 스스로 막는 것이다. 이 책이 나에게 준 큰 교훈은 이것이다.

     

    넌 민감해도 돼. 예민해도 돼. 그게 너야. 해답을 남에게 찾지 말고, 내 안에서 찾아봐.”

     

    적절할 때 이 책을 읽게 해준 보일러 사건에 감사드린다.


      


    따뜻한 호텔에서 편히 자고, 맛있는 조식을 먹으니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매년 연말에도 이렇게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

    예민한 나를 보호하는데 최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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