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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스피스, 인생수업 그리고 버킷리스트 공지 2013. 3. 3. 05:51

     

    호스피스(hospice)

    돌아보니 벌써 십년도 넘었다. 엄마는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하셨고, 난 인터넷을 처음 접하고 글쓰기를 즐겨하던 때가 있었다. 어느날, 엄마는 부탁을 하셨다. 호스피스 환자를 돌본 사례를 발표해야하는데,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글로 정리해달라고.

    엄마는 처녀적부터 동네 전염병환자를 돌보는 일을 하셨다 한다. 우리 4남매를 다 키우고서 예전 경력을 살려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하셨다. 심각한 병명이 붙은 침대에 있는 환자들을 보고 오면 나는 기운부터 빠졌다. 그런데, 엄마는 7년이 넘게 병원을 오가셨다. 환자를 보고 오면 나처럼 기운이 빠지지도 않았다. 그런 엄마가 신기했다.

    그런데, 글이라니. 그래, 재밌을것 같다. 나는 자판에 손을 얹고 엄마는 내 옆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았다.그때 들은 이야기들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벌써도 십년도 넘은 일들인데.

    한 이혼녀가 암에 걸렸다. 그녀는 두 아들을 아버지에게 맡기고 혼자 살고 있었다. 그런데, 덜컥. 그녀가 죽음을 앞두고 병실에서 털어놓은 마지막 소원은 아들을 보고 싶다는거였다. 이혼이라는 타이틀을 달기에 얼마나 많은 갈등이 있었을까. 생각하기도 싫은 자존심싸움이 있었을것이다. 그런데, 죽음앞에선 그런 조건이 다 사라진다. 오직 한가지, 사랑이라는 진심만 남을뿐. 자존심싸움 저 아래켠에는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데 왜 내맘대로 안되는거야..그러니 네가 미워..라는 사랑에 대한 욕구결핍이 있었을것이다. 그런데, 마지막에선 그 요구가 무용지물이라는걸 알게된다. 그냥 보면 되는걸. 엄마의 말로는 그녀는 두 아들을 보고, 남편과 화해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마음속의 돌덩어리를 내려놓고 가셨다 한다.

    그 외에 엄마가 들려준 환자들의 바램은 의외로 단순하고 소박했다. 팥빙수가 먹고 싶어요. 좋아하는 HOT 음악이 듣고 싶어요. 바다를 보고 싶어요. 병원이 아닌 내 집에서 머물고 싶어요. 실천가능하고 단순한 그 바램들을 엄마는 즐겁게 들어주셨다. 팥빙수 기계를 사고, 워크맨을 사고, 환자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같이 지하철을 타고 배웅해주기도 했다. 이런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바램치고는 너무나 소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수업(Life Lesson)

    한때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모임에 들어 활동을 했었다. 영어회화를 배운답시고, 우리는 원서를 읽고 영어로 이야기를 했다. 그때 읽은 책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이라는 책이다.  몇가지 굵직굵직한 명언이 마음속에 남아 화장실 경구로 붙여놓곤 하였다. "크게 버리면 크게 얻는다." 같은. 그 후에 나에게 남은것은 영어라기 보단,(토익점수가 오르지 않았으므로) 책 인생수업 별책부록인 수첩이였다. 그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하루에도 몇번씩 표지에 붙은 구절을 읽게 되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것이 무엇일까? 나도 예전 엄마의 환자가 되어 생각해보았다. 20대에는 정말 방대하고 위대한것들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산전수전 공중전 겪고 현실이 어떤가를 알아버린 지금. 그 위대한 것들보다 나도 그들처럼 소박하고 단순한 소원들이 생각났다. 내 마음속에 맴돌고 있었지만, 돈 더 벌고 여유있을때, 시간되면 해야지..라고 생각해온것들이다. 하지만, 더 살아봤고 돈은 더 벌리지 않고, 시간이 되는 때는 오지 않았다. 항상 그날이 그날같았다. 바쁜 직장일과에 맞추어 살다보면 무거운 몸을 끌고 퇴근해 밥을 해먹고 쏟아지는 잠을 주체하지 못해 자고. 다음날 아침이 되면 출근하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이제 어느덧 나는 40대에 접어들었다. 영영 오지 않을것 같은 나이가 내 앞에 붙었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내 소원을 미룬채 살고 있다. 20대 중반부터 직장생활을 했다. 그간 모은 돈이 많지도 적지도 않다. 최악을 생각하면 어떤 액수가 와도 불안하겠지. 하지만, 돈에 컨트롤 당하고 싶지 않은게 내가 원하는것 중 하나이다. 여행을 좋아하면 작은 집에서 살면 된다. 집에 묶여 있는 돈을 돌리면 된다. 그래, 사는 방식을 바꿔보자. 올 하반기부터 나는 프리랜서로 일할거라는 계획을 세우고, 직장상사와 단판을 지었다. 이것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죽기 전에 그렇게 직장에 돈에 매여살지 말고, 과감하고 용감하게 살걸..실패해도 적어도 해봤다는 훈장은 남을거아니야..라는 생각을 할께 분명했다. 그렇게 시간을 만들자.

     

    버킷리스트(Bucket List)

    사전을 찾아봤다. Bucket은 양동이라는 뜻이다. Bucket List를 찾아봤다. 중세시대에 사형을 집행할때 양동이 위에 올라서 목을 걸고 양동이를 차던  관습에서 비롯된 말. 그렇구나. 양동이가 죽음과 관련이 있구나. 그래서, 버킷리스트는 죽기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 귀여운 양동이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담는 장면도 상상이 되었다. 내가 이 목록에 적을것들은 사소하고 소박하다. 좋은 직장에 취직하거나, 멋진 남편을 만나거나, 돈을 얼마나 버는게 아니다. 내 실행보고서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아주 단순하다. 중요시 여기는 것은 실천가능성때문이다. 또한, 남에 따라 달라지는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거다. 멋진 남편을 만난다는것은 남이 걸린 일이다. 남은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것은 나밖에 없다.

    앞으로 많은 블로거들과도 버킷리스트를 공유하고 싶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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