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나홀로 미국여행기 - (7) 암트랙 일등칸으로 여왕처럼 여행하기 - 1
    버킷리스트 실행보고 2015. 5. 1. 16:45

     

    미국여행에서 호사스러운 것들을 많이 했다.


    특급호텔 비지니스 라운지 같은 거실을 가진 신디샘 집에 묵은거며,
    뉴욕 센트럴 파크를 원없이 걸어다닌거며,
    스타벅스 커피를 뉴요커처럼 들고,
    MOMA와 ESP(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돌아본것이다.

     

     

    그중 가장 호사스러운것은 암트랙 일등칸으로 애틀란타에서 뉴욕까지 간것이었다.

     

    암트랙 예약 홈페이지 : http://www.amtrak.com/home

     

     

    신디샘이 암트랙을 추천해주셨고, 홈페이지 예약칸을 열어보며 난 주저없이 가장 싼 Value 등급을 하려 했다.

     

     

     

    그런데, 거기에 붙은 옵션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 신디샘에게 문의메일을 보내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왔다.

     

     

    "암트랙을 즐겨 타는 내 친구에게 물어보니 다음과 같이 말해줬어.

     

    In my opinion, the best way to go is with a compartment. 
    Sitting up all night is rough if she is of a certain age. 
    Compartments are expensive, but all meals are included. 
    They are private, have a toilet and a sink, two chairs during the day and two beds at night. 
    To have a compartment, she would choose “Premium” and add a Viewliner Roomette.

    The “Value” fare is the cheapest and includes just a seat. 
    With this fare, there is a 10% fee if cancelling within 24 hours of departure.

    “Flexible” is the same as “Value,” except that the ticket can be cancelled closer
    to the time of departure with no fee.

     

    내 의견으로는 가장 좋은 방법은 compartMent야.
    밤새 앉아 있는것은 힘들어. 그녀가 어느정도 나이가 있다면.
    compartment는 비싸지만, 모든 식사가 포함되어 있어.
    사적인 공간이 있고, 화장실과 싱크대, 낮에는 2개의 의자와 밤에는 2개의 침대가 있지.
    compartment에 가려면, Premium을 선택하고 Viewliner Roomette를 추가해야할거야.

     

    Value 요금은 싸지만, 좌석 하나만 있어. 이 요금은 출발 24시간전에 취소하면 10% 수수료가 있어.
    Flexible은 Value와 같아. 단, 수수료 없이 출발시간 가까워서 취소할수 있지."

     

     

    어느정도 나이가 있다면..

    난 이 대목에서 걸려서 Premium을 선택했다. 무려 $524나 들어서.
    20대도 아니고, 40대 무서움 잘타는 노처녀에겐 나를 보호하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보니 혼자서 사전경험없는 내가 Premium을 선택한건 훌륭한 초이스였다.

     

     

     

    1. 왠지 무서운 흑형들


    애틀란타에서 즐거운 여행을 끝내고, 신디샘과 찰리샘의 배웅으로 Peachtree역으로 갔다.
    구글지도에서 peachtree역을 찾았을때 우리나라 지하철 역 수준으로 생각했는데,왠걸..!
    이렇게 작은 시골역을 미국에서 보다니.

     

    신디샘과 찰리샘은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을 기원해주시고,
    응급상황때 전화하라고 뉴욕에 아는 사람 있으니 널 도와줄수 있다는 말까지 해주셨다.
    신디샘은 "내가 엄마처럼 물어봐줄께."하면서 역장에게 가서 내 예약권을 보여주며 승차 절차를 물어보셨다.
    단순했다. 그냥 기차가 정시에 오면 타면 된다. 표를 체크하는 절차도 없다.

     

    옆에서 우리를 보던 한 흑인이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봤다.
    뉴욕까지 간다 하니, 자기도 그 기차 탄다고 기차가 오면 알려주겠다 했다. 친절한 미국인.
    그런데, 막상 두분을 떠나보내고 나니 이렇게 무서울수가 없다.

     

     

     <흑인들만 있는 작은 Peachtree 역>

     

     

     

    하루에 2번 뉴올리언즈와 뉴욕을 오가는 CRESCENT 노선이 설명되어 있다.

    아래 "안전한 여행, 쉬운 여행"이라고 써 있네.

     

     

     

     

     

    이름이 복숭아나무역이라 상상속에 그리던 그림이 있었는데, 순 덩치큰 흑인들만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기차는 나이든 사람이나 돈없는 흑인들이 많이 애용한다 하더라.
    한국에선 흑인들을 봐도 별 느낌 없었는데, 나혼자 작은 동양인이고 모두 흑인들만 있으니 왠지 위축되었다.
    한 흑인 청년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1달라나 코인을 달라했다. 왠지 지갑을 열면 뭔일이 날것 같아서, 죄송해요만 연발하며 자리를 떴다.

     

    출발시간이 다가와도 기차는 안 왔다. 역장에게 가 물어보면 되는데, 흑인 영어는 알아듣기 어려워서 영 내키지 않았다.
    마침 민머리의 동양사람이 들어와 역장에게 뭐라고 물어봤다.
    그 사람은 왠지 안심이 되었다. (내가 이렇게 동양인 선호주의자인줄 이때 처음 알았다.)
    이 분께 말을 붙였다.

     

    "죄송한대요. 왜 기차가 안오죠?"

    "문자로 기차가 연착된다고 왔는데, 안왔어요?"

     

    자신의 핸폰을 보여주며 말했다.

     

    "예약할때 제 폰번호를 등록안해서요."

    "어디까지 가세요?"

    "뉴욕이요.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긴 여행이군요. 중국사람이에요."

     

    그렇구나. 왠지 중국사람이 하는 영어는 좀 들린다.
    이분께 기차를 타기 전까지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나중에 기차가 오고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못알아듣겠어서 몇번 플랫포옴에서 타는지도 물어봤다.
    친절한 민머리 중국인 아저씨, 감사해요.

     

     

     

    2. 암트랙 일등칸(Premium)의 호사스러운 시설들.

    일등칸은 방하나를 모두 쓴다.
    유럽 영화에 보면 귀족들이 방한개를 독차지하며 기차여행을 하는것을 떠올리면 된다.

    먼저, 전용 싱크대, 거울, 콘센트가 있고, 전등도 전체전등, 독서용전등이 나눠어 있다.
    낮에는 좌석으로, 밤에는 침대로 쓸수 있는 장치가 있으며,
    좌석으로 쓸때는 간이 책상도 만들어 볼수 있다.
    문안에는 잠금장치가 되어 있어 잠잘때 사생활을 보장받을수 있고, 문과 창에는 커튼이 있다.
    문 입구에는 작은 옷장이 있어서 옷걸이에 걸어 보관 가능하다.
    한켠에는 작은문이 있는데, 이걸 열면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되어 있다.
    처음에 타서 신기해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화장실도 들락날락했다.
    싱크대에는 깨끗한 흰수건이 있고, 화장실에는 작은 두루마기 휴지가 있다.

     

     

     

    암트랙 일등석 창가. 책상이 접혀있다. 저걸 펴면 마주 앉을수 있게 의자도 있다.

     

     

    싱크대. 물론 물도 나온다. 아래 휴지통도 있고. 저기 110V 콘센트도 있어 충전도 가능하다.

     

     

     

    혹시 표검사 할까봐 예약표 꺼내놓고 책상펴서 대기하고 있었다.

     

     

     

    좌석으르 쓸때.  저 파란 커튼이 문이다. 불 끄면 빛이 안들어온다.

     

     

     

    신기한 씽크대. 거울이 있다. 비누도 있고, 남자들은 전기면도기 사용해도 되겠어.

     

     

    첨에 타서 셀카찍기. 저 좌석 정말 푹신하고 크다. 동양사람이 암트랙 타면 미국사람 좌석이라 커서 좋다고 한다.

     

     

    좌석을 침대로 폈을때. 침대도 크다. 암만, 미국 사람거니까.

     

     

    문옆에 옷장. 지금 보니 옷장안에 불도 들어오네.

     

     

    불이 여러개 있어서 잠자기전 조절할수 있다. 독서등을 켜놓고 책 읽을까 했는데, 개코 피곤해 그냥 떨어졌다.

     

     

    큰 침대다 보여주려고 찍은 사진.

     

     

    샤워부스아래 설명법. 물을 아끼세요.라고 써 있네.

     

     

     

     

     

    저녁시간이 되자 흑인 승무원이 들어와 저녁 주문하겠냐고 했다.
    괜찮다고 배고프지 않다고 했다.
    메뉴를 주었는데, 햄버거 세트, 샌드위치세트가 $10였다.
    난 미국음식이 맞지 않을거 같아 애틀란타에서 먹을것을 미리 사서 탔다.
    이 흑인 여성은 끼니때마다 들러서 나보고 밥먹을거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미국음식이 맞지 않아 음식을 사왔다고 하니,
    다음에는 무슨 옵션이 있으니 이걸 선택하라고 한다.

     

    밤시간이 되자 덩치큰 흑인 남성 승무원이 왔다.
    침대를 내려주겠다고 한다.
    내가 좌석을 낑낑거리며 침대로 만들려고 해도 안되었는데, 승무원이 해주는거구나.
    이 분은 능수능란하게 기울어진 등받이를 밀어 침대를 만들고,
    윗칸에 있는 좌석속에 숨어 있는 시트며, 베개를 꺼내주었다.
    이때까지 흑인이 무서웠는데, 계속 무서워하면 안되겠다 싶어 말을 걸었다.

     

    "나 한국에서 와서 처음 암트랙 타보는게, 편리하고 좋네. 서비스도 좋고."

     

    흑인은 내 말을 듣고 씨익 웃어보이며 말했다.

     

    "사람들이 친절하고 좋지."

     

    괜히 겁먹었다 싶었다. 전체를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이 말은 이해했으니까.

    잘때 안에서 문잠그는 법도 알려주고, 굿나잇 인사를 하고 그는 갔다.

     

    바람과함께 사라지다를 좋아해 애틀란타 여행을 했던 나다.
    그 소설에 보면 흑인 노예들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지만,
    흑인 유모를 인간적으로 대해주던 스칼렛 모습도 잊을수 없다.
    왜 스칼렛 같은 마음을 나는 갖지 않았을까?
    흑인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자며 암트랙에서 잠을 청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