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비폭력대화] 아버지의 욕구 읽기
    버킷리스트 실행보고 2019. 6. 15. 22:28

    비폭력대화를 2단계까지 들었다. 이걸 배운 이유는 아버지와의 소통 때문이었다.

    그러나, 잘 되질 않았다. 2단계 들을때 대화 연습을 하는데, 내가 연습대화로 든 것은 다 아버지와의 대화였다.

    비폭력대화는 솔직히 감정과 욕구를 이야기하고, 경청하여 듣기가 기본 태도이다.

    나는 감정과 욕구를 아버지께 말씀드렸지만, 아버지는 툭하면 "나가! 화나는데 어쩌라구! 나가!"라는 말로 답변하셨다.

    이 실례를 비폭력대화시간에 이야기하면,

    "태리님의 진정한 욕구를 알아볼까요? 아버님의 진정한 욕구를 알아볼까요?"

    라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셨다.

    내 욕구를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의 욕구를 알아보는 시간은 거부했었다.

    자세히 내 마음을 보면 아버지가 변하길 바랬던것 같다. 이 모습은 싫으니 그 안에 숨은 욕구도 보기 싫다고.

     

    오늘은 엄마가 하루종일 자리를 비우셨다. 아버지 아침을 차려드리고, 외출을 하려 하는데 아버지께서 부르셨다.

    요즘 아버지는 몸이 안 좋으셔 소변줄을 차고 계시다.

    "소변줄 감고 있는 반창고가 떨어진 후에 소변주머니의 소변 색깔이 진갈색으로 달라졌다."

    이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셨다. 예전 같으면 반복되는 이야기 듣기 싫다는 식으로 나갔을텐데, 오늘은 저 말 뒤에 숨은 욕구가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변 색깔이 변한게 걱정스러우니 그 걱정을 해결해 달라는 욕구였다. 토요일이라 병원에 물어볼수도 없었다.

    "호주에 있는 간호사 출신 지인에게 물어봐드려요?"

    라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호주 지인이 아버지 상태를 듣더니 일단 소변주머니를 비우고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색깔을 관찰해보란다. 몸에 열이 나거나 통증이 있지 않으면 응급실에 갈필요 없다고. 몸상태를 계속 관찰하고, 월요일에도 소변색깔이 안 변하면 그때 병원가서 소변줄 점검을 해보라고.

    아버지께 말씀드리니,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니 설득력 있다 하신다. 물 많이 마시라고 물 한잔 드리니, 캘록 거리시며 부드럽게 못 넘기신다. 수박 사올테니 물 대신 드셔보라 하셨다. 갑자기 아버지께서 몸무게가 많이 줄었다고 몸보충이 필요하다 하신다. 전복죽 끓여 드릴까요? 하니 전복을 회로 할수 없냐고 하신다. 그건 내가 할수 없는거라 하고 일단 전복을 사오겠다고 했다.

    집을 나서니 "전복을 회로 할수 없냐" 뒤에 숨은 아버지의 욕구를 알것 같다. 회를 드시고 싶다는거다. 마트에 가서 보니 경상도식 참숭어회를 저렴하게 판다. 그걸 사다 막장에 참기름 넣어서 대접해 드렸다. 엄청 맛있다고, 수박도 잘 드셨다.

    엄마가 돌아오시자, 아버지께서 엄마에게 "영진이가 오늘 내 목숨을 살렸다."라고 하신다. 

    사실 나이드신 남자분들은 자신의 욕구가 뭔지 잘 모르고 표현도 잘 못하신다. 말만 거칠고, 욕구 충족은 못하는 상태시다. 그럼, 비폭력 대화를 배운 내가 먼저 아버지의 욕구가 뭔지 살펴보는 지혜를 가져야만 했었다. 그것말고, 아버지도 비폭력적으로 대화해주시길 바랬던 내가 어리석었다. 이제서라도 알게되니 다행이다.

    아마도 요즘 내가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긍정확언을 스스로에게 많이 해주고, 조깅도 시작하며 몸과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인듯하다. 잘 들으려면 결국 내가 건강해야하는구나. 다시금 배우는 하루였다.

    비폭력대화 상호 연결 대화 모형. 솔직한 표현, 공감적 듣기.

    상대가 화를 낸다면 분노를 보는게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욕구를 찾고 공감해라.

    책에서 읽은것 같은데, 이제야 실생활에서 알게 되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