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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의 농장(3)
    엄마의 버킷리스트 2013. 3. 8. 05:37

    다음은 2008년 9월 3일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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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서울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건, 제가 국민학교 1학년때입니다.
    동네 골목 어귀에 옥수수 한줄을 심어,
    쨍쨍 마른 여름 햇볕이 쏟아지면
    수염째 옥수수를 따다 삶아주셨지요.
    매일 사다 먹던 옥수수가 밭에서 키워지는게 신기했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잊고 사는 고향의 모습을
    엄마는 그대로 기억하시고 재현해내시곤 했습니다.

    우리 4남매의 양육의 의무에서 벗어나신 이후부터
    아무도 지나지 않는 산을 일구어 모기와 싸우며 고집스레 밭을 개간하시고,
    여름이면 해뜨기전 새벽에 일어나 하루도 빠짐없이 작물들을 손보고 키워오셨습니다.

    도시에 사는 우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가을 바람을 맞이하지만,
    엄마의 가을은 공짜가 아닙니다.
    여름에 흘린 땀방울을 주고 사오신 것입니다.

    지난 일요일, 소요산행 열차를 타고 엄마의 밭으로 향했습니다.
    평소 엄마는 풍요로운 자신의 밭 풍경을 사람들과 나누길 바라셨고,
    영광스럽게도 저를 찍사로 임명하셨습니다.

    아무생각없이 엄마밭에 들어선 저는
    가을이 준 놀라운 풍경에 입이 벌어졌습니다.
    자, 이제부터 저와 함께 입벌리고 구경해보실래요? ^-^

     

     

     

     

     

    1년전부터 엄마밭으로 향하는 길목에 새로운 기차역이 생겼습니다.
    1호선 소요산행을 타시면 녹양역을 만날 수 있습니다. 깨끗하고 한가합니다.
    녹양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엄마밭이 있습니다.


     

     

    봄에 우리를 쫒아다니던 강아지가 어느새 청년 강아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봄처럼 달리기 싫은가 봅니다. 기지개와 요가를 합니다.



     

     

    김장배추를 심으려고 다듬고 마른 풀을 덮어놓은 밭, 생강밭, 들깨밭

     

     

    들깨꽃과 참깨꽃. 들깨꽃은 안개꽃 같고, 참깨꽃은 방울꽃 같아요.

     

     

     

    팥꽃과 팥밭. 잡초를 뽑으시는 엄마.
    엄마는 잡초와 곡식이 함께 자라는 태평농법을 쓰셔서 일반 밭보다 풀들이 많답니다.


     

     

     

    입 쩍 벌리고, 하늘을 쳐다보게 만든 수수밭. 키가 너무 커요.
    그 키를 가늠하고자 엄마께 수수밭옆을 걸어보시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앗! 너무 반가워요. 엄마의 초충도에 나왔던 차조.
    실제로 밭에서 자라 고개숙이고 인사하고 있었어요! 어찌나 즐겁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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