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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식물 키우기버킷리스트 실행보고 2013. 3. 16. 21:59
1. 백량금과 동비증
거의 십년전, 소설가 이외수님이 춘천에 사실때 강원도 친구의 소개로 선생님댁을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부끄럽게도 당시에 이외수 선생님 이름만 알고 있지 소설을 읽은 기억이 없었다. 벼락치기로 도서관에서 빌려 책을 읽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것은 소설 [괴물]에 나오는 동비증(同悲症)을 앓는 백량금이라는 식물 이야기였다.
동비증은 같이 슬픔을 느낀다는 뜻으로, 백량금을 키우는 주인이 슬프면 이 식물도 슬픔을 느끼고 시들어간다고 한다. 식물이 슬픔을 느끼다니 정말 신기했다. 당시 창경궁 식물원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관심이 있으면 끌린다고 백량금이 전시되어 있었다. 빨간 열매를 달고 싱싱하게. 그 사진을 재빨리 찍어 이외수님 홈페이지에 올렸던 기억이 난다. 이외수 선생님이 보시고, 이 식물의 주인은 행복한것 같다고, 이렇게 싱싱한걸 보니..하면서 댓글을 달아주셨던 기억이 난다. 식물과 슬픔의 연관성을 이때부터 알게 되었다.
- 학명: Ardisia crenata Sims
- 분포: 아시아
- 서식: 숲속 그늘진 곳
- 크기: 약 1.0m
2. 호오포노포노와 아이스블루
호오포노포노의 지혜
- 저자
- 이하레아카라 휴 렌 지음
- 출판사
- 눈과마음 | 2009-02-20 출간
- 카테고리
- 자기계발
- 책소개
- 진정한 나를 찾고 자유에 이르는 소중한 지혜!이 책은 진정한 자...
작년에 칼라테라피를 배우며 호오포노포노를 알게 되었다. 호오포노포노는 하와이의 심리학자 휴렌 박사님이 연구하신 마음 정화법이다. 현재 문제가 발생하는것은 무의식에 저장된 기억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억을 정화하면 문제없는 평화로운 인생을 살수 있다가 이 책의 요지였다. 이 책안에는 여러가지 정화법이 나오는데, 그중 식물을 이용한 아이스블루법이 있었다. 슬픔을 느낄때 식물을 만지며 "아이스 블루"라고 말하면 식물이 나의 슬픔을 정화시켜준다고 했다. 식물은 인간 주변에서 슬픔을 정화시켜주기 위해 있었는데, 인간이 식물을 몰라본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는 푸른 숲을 보면 휴식이 생각난다. 사람(人)에 나무(木)이 쉴 휴(休)자가 되는것처럼, 푸른 식물은 우리에게 여유와 이완을 준다. 푸른 잔디와 푸른 나무. 푸른 새싹과 푸른 잎들. 나는 언제부턴가 꽃보다 푸른 잎이 좋아졌다. 동비증과 아이스 블루를 알고 난 후에 꽃보다 항상 변치않은 푸른 잎 화분이 좋아졌다.
슬픔은 내 성격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정서이다. 나는 감정형으로 가슴속에서 슬픔이 나온다. 이 슬픔을 잘 컨트롤 하는게 내 인생의 숙제이다. 즉 감정적인 평안함이 필요한 사람이다. 항상 변치않은 evergreen 초록은 내 감정을 안정시켜 주는데 도움이 된다. 여름날 푸르른 산을 보는것처럼 말이다.
언제나 초록을 곁에 두고 싶어 화분을 키우기로 했다. 작년에 넓은 오피스텔에 살때는 7여개의 화분을 키웠는데, 작은 원룸으로 이사오면서 눈물을 머금고 줄일수 밖에 없었다. 정말 favorite한것을 선점하고, 나머지는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내 슬픔을 정화시켜주는 화분들은 혼자 사는 나의 룸메이트이다. 이들이 언제나 나를 반겨주고, 변화를 만들어 나를 기쁘게 해준다.
3. NASA가 인정한 공기정화식물, 아이비
엄마 아이비와 아기 아이비. 엄마 아이비가 조금 시들하다. 머리숱 없는 우리 엄마 같다.
아이비의 생명력은 놀라울 정도이다. 덩쿨식물이라 길게 늘어진다. 그걸 잘라 물에 담구어 두면 일주일새에 새로운 뿌리가 내려진다. 이렇게 2개를 만들어 선물했더니 받는 사람이 참 좋아했다. 지금은 세개의 줄기를 잘라 음료수병에 담그어놨다. 엄마 아이비가 왠지 시들해보인다. 내가 요즘 과로로 힘들어해서 그런가? 아이비의 동비증? 햇빛이 따뜻해지면 옥상에 올려놓고 일광욕 좀 시켜야겠다.
4. 금전수, 마삭줄, 홍콩야자
작은 원룸의 부엌과 방의 경계를 긋는 친구들. 이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금전수는 봄과 가을이면 어김없이 새로운 줄기가 쑥쑥 올라온다. 그것도 기존것들보다 길게. 올해는 세번째 줄기가 올라오고 있다. 금전수를 보면 내 금전운을 긍정적으로 암시하는듯해서 기분이 좋다. 너무 잘 자라 분갈이가 필요한지 화원에 물어봤더니 얘는 좁은 화분에 있는걸 좋아한다고한다. 힘을 받고 올라온다고 했다. 참, 인구밀도 좁은곳에서 경쟁율 세어 질이 높아진다더니 금전수네가 그런가 보다.
빨강화분의 마삭줄도 여름이 되면 하염없이 올라간다. 가위로 몇번을 잘라줬는지 모르겠다. 옆으로 퍼지진 않아서 분갈이의 필요성을 못느낀다. 홍콩야자도 잘 자란다. 야자수처럼 별모양으로 잎이 되어 있다. 작은별잎도 잘 만들어진다. 어린 잎들은 연두색인데, 아기들을 보는듯 귀엽다.
5. 수경재배 하는 안드리움
안드리움. 나에게 내가 주는 집들이 선물이었다.
작은 원룸으로 이사온날, 짐정리도 다 안 끝내고 화원에 갔다. 수경재배할 식물을 사기 위해. 마침 화원 주인이 길게 잎을 늘어뜨린 안드리움이 있다고 꺼내주었다. 패트병에 꽂아서 물을 넣어주고 키우고 있다. 원래 못을 박아 벽에 걸까 했는데, 신축한 원룸이라 못박기가 미안했다. 올려놓을 오븐이 있으니 좋다. 흙대신 물에서 자라는 식물도 좋다. 안드리움은 태생이 아마존같은 열대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따뜻한 곳을 좋아한다. 외풍이 적어 보온이 잘되는 내 원룸에서 겨울동안 잘 자라주었다. 긴 하트모양으로 생긴 이파리도 귀엽다.
6. 때로는 계절꽃을
후레지아 사천원어치면 몇주간 노란색을 즐길수 있다.
내 화분들은 꽃을 피우지 않아 꽃이 보고 싶으면 계절에 유행하는 저렴한 꽃들을 사다놓는다. 봄이면 후레지아, 가을이면 국화. 이제 보니 여름과 겨울에는 산 기억이 별로 없다. 아마도 후레지아나 국화만큰 싼 계절꽃이 없어서 그런듯 하다. 화병이 없으면 그냥 음료수병에 꽂는다. 꽃 그대로 예쁘고, 기분전환도 된다.
좀더 부지런해지고 한가해지면 상추같은 먹는 식물도 키우고 싶다. 내가 아는 친구는 요리에 바로 넣을 수 있는 허브를 키운다던데, 나도 그래볼까? 도시에 살면 식물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자주 잊고 사는듯 하다. 그들도 생명이고, 아마도 감정까지 있지 않을까 싶다. 애완동물처럼 나에겐 식물이 애완화분이다. 이들과 있으면 외롭지 않다. 이들은 꾸준히 자기를 키운다. 꾸준히 성장하는 식물을 보며 나도 성장할 동기를 얻는다.
나의 멘토 C선생님은 휴가에 Gardening을 자신의 일정에 넣는다. 흙을 만지고, 식물을 돌보는 일의 치유력을 아시나보다. 엄마밭에서 흙을 만지고, 지렁이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대지는 만물의 엄마라 하던데, 우리는 엄마를 잊고 사는것 같다. 시멘트 덮힌 도시의 거리를 걸으며 흙밟은 기회도 적어졌다. 간접적으로 흙속에 자라는 식물을 보며 나도 자연에게 보호를 받고 있다는 위안을 얻는다.
좀 더 날이 따뜻해지면 수목원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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