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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른이 되면
    지혜의 책 2019. 11. 4. 06:54

    음악과 미술에 재능많은 장혜영, 장혜정 자매의 책. 어른이 되면. 노래도 그림도 실려있다.

    우리 막내는 자폐스펙트럼장애 3급이다. 그런데, 나도 우물안의 개구리다. 나처럼 발달장애인의 형제자매를 만나서 이야기 나눈적이 없다. 발달장애인의 형제자매 2030모임인 나는.. 이란데 신청서 냈다가 나이가 40대라고 허가 신청을 받지 못했다. 그들만의 이유가 있을테지 이해한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나는게 반가웠다. 사실 책보다 영화를 먼저 봤다. 영화상영후 혜영, 혜정 자매가 등장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했었는데, 당시 난 컨디션이 좋지 못해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 못했다. 대화가 끝난 후, 돌아오는 길에 혜정씨가 지인과 커피를 사러 스벅에 들어가는 장면을 봤는데, 어어..하다가 말거는걸 놓치고 말았다. 돌아보면 반갑게 다가가 혜정씨에게 커피한잔 사줄걸 이라는 후회가 남았다. 하지만, 언젠가 이 자매 만날것 같다.

    이 책의 줄거리는 책 앞에도 나왔듯이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보낸 시설밖 400일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동생 혜정씨는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어린 시절 바로 위 언니 혜영씨가 혜정씨를 돌봐줬다. 그러나, 혜영씨가 중학생이 되던 그 시절 부모님의 이혼과 함께 동생을 시설로 보내게 된다. 18년 내내 떨어져 살았지만, 혜영씨는 동생이 이미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렸다는것을 깨닫고, 완벽하지 않는 상황임에도 시설밖으로 데려온다. 경기도 시설에 살아서 서울시민으로서 혜택을 못받아 활동보조인 제도를 신청할 수 없는 상황. 언니 혜정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아, 6개월 동안 동생과 살며 다큐를 찍는다. 6개월 후 6개월 서울시민이 되었지만, 너무나 미약한 활동보조 시간을 받는 자매. 그나마 조건이 맞는 보조인을 구하기 힘들어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힘들다. 가야할 길과 바뀌어야할 것이 많은 상태에서 이 책은 마무리 된다.

    어린시절 부분을 읽으며, 제일 기억에 남는 단어는 [이질감]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또는 가족들이 일반 사람들과 다른 혜정씨를 보며 비언어적으로 말없이 눈빛에 담은 이질감. 그 이질감 뒤에 숨은 동정. 언니 혜영씨는 이 부분에 대한 기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대개 우리는 계단 난간처럼 아무런 존재감도 없었지만 가끔 사람들은 우리를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지나갔다. 그런 눈초리를 받을때면 우리가 무엇인가라도 '된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은 내가 혼자 있을때, 혹은 언니와 함께 있을 때는 결코 그런 식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내가 혜정이와 함께 있을 때만 그 특유의 눈초리로 훑어보았다. 

    유치원과 학교에 가면서 나는 그 느낌이 무엇인지 조금 더 잘 알게 되었다. 우리를 뚫어지라 쳐다보는 그 눈빛은 이질감의 표현이었다. 그 이질감은 때로는 동정과 연민으로, 때로는 경멸과 무시로, 때로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거리감으로 이어졌다.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은 대개 가벼운 경멸과 호기심이 뒤섞인 눈빛으로 우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기분이 좋지 않은 혜정이가 '으'소리를 내며 고개를 세차게 위아래로 흔들면 사람들은 동물원의 원숭이를 쳐다보듯 구경했다. 부끄럽고 싫은 마음에 혜정이를 억지로 질질 끌고 데려가면 혜정이는 얼굴이 빨개지도록 '어허엉' 울부짖으며 몸을 비틀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도 어린시절 느꼈던 감정이 올라왔다. 나는 특히 부끄러운 마음을 많이 느껴 어떻게 해야할지 안절부절 못했다. 동생과의 외출은 이런 부끄러운 마음과의 동행이었고, 점점 더 말이 없고 표현력이 적은 아이로 나는 커갔었다.  아마도 발달장애인 형제자매를 둔 친구들은 다 이런 감정과 경험을 했으리라 본다. 일반 아이들이 못 느끼는 혼란과 부끄러움과 평범에 대한 동경이 내 어린 시절 내내 지배했던것 같다.

    이 책에는 이혼 후 부모님의 입장이나 또다른 형제 큰언니에 대한 언급이 절제되어 있다. 인터뷰에서 들은 바로는 나머지 가족들은 걱정과 미안함으로 이 자매의 시설밖 세상을 지원 혹은 바라봄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처럼 가족안에서도 장애인 가족을 돌보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우리집도 그렇다. 대개는 엄마에게 너무 많은 노동이 몰려있다. 이런 이유는 장애인 가족에 대한 이해나 대화를 할 수 있는 가족문화가 없다. 이 부분도 어떤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래서 가족의 협력을 모을 수있는 세미나나 교육이 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요즘 하게 된다. 가족 각각도 사실 마음의 어려움도 있으니 이를 덜어줄 수 있는 뭔가 필요하다.

    사람은 연결되어야 강해진다. 현실에서 간혹 그렇지 못한 분리와 격리가 장애인 가족들에게 일어난다. 그렇다고 이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장애인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힘에 부치는 일인지 너무나 잘 알기에. 더 힘들어지는것은 격리과 고립으로 가뜩이나 혼자로서 독립이 안되는 친구들이 더 힘든 상황에 놓여진다는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돌봄노동에서 오는 한계일것이고, 두번째는 위에서 말한 이질감으로 인해 사회와 연결고리가 적어진다는 것이겠다. 물론 모든 장애인 가족이 이에 해당되는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 이질감에 대한 이해를 시켜주는 사람이 누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 자신도 어린시절 동생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 이질감을 느꼈다. 학교에 가면 많은 지식을 알려주지만, 내 일상에 있는 동생의 행동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 동생이 툭하면 소리를 지르는지, 갑자기 달려나가는지, 친구가 오며 왜 밀치는지, 그러구선 혼자서 중얼거리거나 노래를 부르는지...설명해주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학교 교육에서 장애인은 배제된 다른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나싶다.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고 살아있는데 말이다.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과목이나 윤리 과목에 우리 곁에 있는 장애인에 대한 교육이 들어갔으면, 나도 그 수업을 들으며 동생을 이해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에게 24명의 친구가 있어 한시간씩 24시간 동생을 돌봐줬다면, 엄마는 우리를 떠나지 않았을것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영화 [어른이 되면]에서 나오는 나레이션이다. 이혼을 하고 가족을 떠난 엄마를 이해하는 혜영씨의 마음이다. 그리고, 장애인 돌봄의 어려움에 대한 핵심 대사라 생각해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장애인 돌봄의 마음이 생기려면 난 그 이질감의 벽을 먼저 없앴으면 싶다. 발달장애인도 인간이다. 우리처럼 하고 싶은게 있고, 기본적인 생활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고, 삶의 기쁨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데, 이질감이나 선입견은 이친구들도 그 사람이라는걸 못보게 만든다. 

    인간은 진화하며 위협에 안전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무언가를 보면 경계하는 마음이 드는게 자연스런 뇌의 반응이라고 한다. 그래서, 다름에 대한 후천적인 교육이 있어야 한다. 특히,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아 경계심이 많은 우리나라 국민일수록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설명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장애인의 무례한 장애인에 대한 태도는 설명해주거나 장애인 가족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볼 기회가 없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서로에 대한 몰이해때문에 생기는 경멸과 무시와 그리고..싫음이라는 감정뒤엔 모르는것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이 베이스일것 같다.

    성인이 되어 나도 동생의 장애에 대해 공부하고 이해했다. 늦기도 했다. 난 요즘 이런 이해를 어릴때부터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미래를 꿈꾼다. 그런 미래를 만들어가야할 사람은 내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 방법과 수단이 뭘지 생각이 깊어지는 가을이다.

    어찌되었건 나는 장혜영, 혜정자매의 팬이다. 이 자매가 좀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이 세상에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물론 이 자매가 자신들을 먼저 오픈해야겠지만. 하지만, 믿는다. 내가 주의를 주고 있으니, 연결되어 있을것이라고. 똑똑하고 지적인 언니 혜영에게 힘을 실어 마음 보낸다. 그리고, 장애인과 비 장애인을 연결하는 새로운 내 꿈에도 주의와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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