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그리움을 만지다, 그리움을 이야기하다
    버킷리스트 실행보고 2017. 2. 11. 23:33

    언젠가는 세월호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서촌리본공작소에서 노란리본을 만들었지만, 그것 가지고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추운 정월대보름, 2월 탄핵 인용을 위한 촛불집회가 있던 날, 서울시청 지하1층에서는 세월호 어머님들의 뜨개질 전시회가 있다고 합니다. 이 전시회에 가는게 세월호를 위해 뭔가를 하는 일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선약을 마치고 전시장에 들어선 것은 오후 4시경. 3시부터 시작된 어머님들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정혜신 선생님께서 고운 목소리로 어머님들과 대화를 주고 받고 계셨습니다. 대화 중간부터 들어 맥락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눈가가 빨개진 어머님들 모습만 봐도 같이 눈물이 났습니다. 오늘 오신 고마운 분들 중에 민간잠수사 분들도 계셨습니다. 일어서서 인사하시는데 옆집 아저씨들과 같은 분들이셨습니다. 그분들이 잠수를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셨다는데, 그때 그 마음이 마음 한켠에서 어떻게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무대에 있는 어머님들을 한분한분 쳐다 봤습니다. 오늘 아침 이 전시회에 온다 하니 캐나다 사는 친구가 자기 대신 어머니를 안아 드리고 오라 부탁을 했거든요. 저는 평소에 쑥쓰러워 친구들과 포옹도 잘 안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떤 분께 말씀드려야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궁리가 시작되었습니다 한켠에서 인디언 핑크 옷을 갈색머리의 어머님이 눈에 띄였습니다. 오늘의 대화를 마무리하는 소감을 이야기할 때 그 어머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자기는 숫기가 없어서 오늘 와서 앉아만 있다 가려고 했다고. 그런데, 오게 되니 이렇게 이야기하기 된다고. 저 어머님께 이야기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 시간이 마무리 되고, 무대에 계신 어머님들이 내려오셨습니다. 인디언 핑크 어머님께 다가가 말씀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전 서울시민이에요. 캐나다에 제 친구가 사는데 오늘 여기 온다니 부러워하며 어머니를 안아달라고 했어요. 제가 사실 숫기가 없어서 이런 말 못하는데 어머님께서 아까 숫기가 없다고 하셔서 저를 이해해주실 것 같았거든요.”

     

    아이고, 제가 숫기가 없어요. 잘 못해요. 그런데 다가와주니 고맙네요. 감사해요. 이런 사람들 보면 정말 감사해요.”

     

    이때부터 눈가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주책없이 눈물이 주룩주룩 났습니다.

     

    어머님 제가 안아드려도 될까요?”

     

    그러구선 친동생한테도 잘 안하던 포옹을 했습니다. 따뜻한 어머님 가슴이 느껴졌습니다. 이 가슴안에서 한 아이가 자랐겠구나. 엄마품에서 편안해했겠구나. 그런데, 그 아이가 하늘로 갔구나. 그 생각을 하니 갑자기 사정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가슴이 들썩거리고, 서러움이 복받치는 눈물. 무안함이 밀려왔습니다.

     

    어머님, 왜 제가 더 울죠?”

     

    눈물로 반짝이는 어머니의 눈을 보며 의문을 던졌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나도 내상을 입었구나. 나도 세월호 이야기를 듣고 상처를 받았구나. 가슴에 그 상처가 있어서 서러웠구나. 슬픔을 감히 말할 수 없는 어머니 앞에서 내 슬픔이 쏟아졌구나.

     

    어머님, 제가 더 위로 받는 것 같아요. 저 잊지 않을거에요. 캐나다에 있는 친구도 잊지 않을거에요. 어머님이 계셔서 사람들이 그걸 보고 촛불을 들고 나오는거에요. 어머니 감사합니다.”

     

    촛불을 보면 저희가 감사해요.”

     

    어머니 끝까지 같이 가요. 잊지 않겠습니다.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도 기억하고, 제 친구들도 기억합니다.어머니,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OO 엄마입니다.”

     

    , OO. 잊지 않겠습니다. 오늘 이야기 나눠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오늘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많이 더 올거에요. 제가 이야기 많이 할께요. 근데 어머니 왜 이렇게 예쁘세요. 아까 멀리서 보고 왠 아가씨가 앉아 있나 했어요.”

     

    제가 유가족처럼 생기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어요. 유가족이 뭐 특별하게 생겼나요?”

     

    어머님이 배시시 웃으셨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인사를 하고 전시를 둘러보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아까 정혜신 교수님이 말씀하시던게 생각났다. 오늘 어머님들이 울다 웃다 괜찮은척 밝다가 어느날 다시 슬퍼 풀이 죽는게요. 당연합겁니다. 치유라는게요. 완전히 그 상처에서 벗어나 아무렇지도 않은게 아니에요. 평생 이 상처는 갑니다. 이 상처랑 살아도 괜찮은게 치유에요. 울다 웃으며 가는게 치유에요.

     

    , 세월호는 평생 내 가슴에서 안 없어지겠구나. 어떤 일이 있어도 안 잊혀지겠구나. 나는 오늘 나의 내상을 확인했다. 이 내상 때문에 어머니를 만나러 오고 싶었습니다. 혼자라고 생각마세요.

     


    이천개의 컵받침. 전시가 끝나면 사람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랍니다.





    뜨개작품 옆에는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을 치유해주셨던 정혜신 선생님과 명진스님. 이 사회에 빛이 되시는 두분.









    빛깔 고운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그리움을 이야기하다 전시는 2 19일까지 매일 밤8시까지 서울시청 지하1층 시민청갤러리에서 합니다. 많은 분들이 찾아가서 어머님들의 그리움이 담겨진 뜨개전시회 보시길 바랍니다

    '버킷리스트 실행보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힐링이 되는 말하기와 글쓰기  (2) 2018.03.31
    디지털 네이티브와의 만남  (0) 2017.04.02
    분노에 대해서  (0) 2016.12.18
    [런던여행]우산과 초콜릿 쇼핑  (4) 2016.12.05
    수치심에 대해  (0) 2016.11.20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