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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친구 동민이
    동화와 동시 2020. 12. 11. 05:14

    ● 등장인물

    동민이 엄마

    (베트남인)

    동민이 할머니

    (베트남인)

    의사선생님

    지연이 엄마

    박동민

    (만5세)

    이지연

    (동민이 친구)

    보육교사

    (동민, 지연 담임교사)

    단체사진

     

     

    우리친구 동민이

     

    오늘도 동민이는 받아쓰기 급수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보란듯이 8급까지 올라갔습니다. 동민이는 여전히 3급입니다. 동민이 엄마는 베트남 사람입니다. 눈이 땡그랗고 눈동자가 큽니다. 얼굴은 한국사람과 비슷하지만, 말투가 전혀 틀립니다. 누구든지 동민이 엄마와 1분만 이야기해보면 다른나라에서 온지 금방 압니다. 엄마는 한국말은 하시지만, 받아쓰기는 도와줄 수 없습니다. 동민이와 같이 사는 외할머니도 베트남 사람입니다. 할머니는 한국말을 전혀 못합니다. 동민이를 데려다 줄때,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동민이 할머니, 안녕하세요.”해도 싱글벙글 웃기만 하십니다.

    “할머니, 동민이 오늘 한복 가져와야 해요.”

    “안냐세요.”

    “안내문 못 보셨어요?”

    “안냐세요.”

    동민이가 다 알아듣는 말을 할머니가 못 알아들으시는게 속상합니다. 동민이 아빠는 한국사람입니다. 하지만, 너무 바빠 집에 매일 늦게 들어오십니다. 집에 가면 받아쓰기 연습을 같이 해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동민이 받아쓰기는 여전히 3급입니다. 엄마는 베트남 사람들하고만 이야기하십니다. 엄마의 친구들은 모두 베트남 사람입니다.

    소풍날이 되었습니다. 동민이 엄마는 김밥을 분식집에서 사다주십니다. 김밥 마는 법을 모른다고 하십니다. 동민이도 다른 친구처럼 엄마가 싸준 김밥을 먹고 싶습니다. 사는 김밥은 너무 큽니다. 한입 물어도 동민이 입에 안들어갑니다. 조금 먹다가 도시락 뚜껑을 닫아 버렸습니다. 얼른 물을 마시고, 도시락을 가방에 집어 넣었습니다.

    그 다음날이었습니다. 친구들과 블럭을 쌓고 있는데, 갑자기 지연이가 소리를 치며 들어옵니다.

    “동민아, 큰일났어. 너희 할머니가 쓰러지셨어.”

    “뭐야?”

    “나랑 엄마가 집에 가다가 봤어. 지금 할머니 병원차 타고 가셨어.”

     

    갑자기 동민이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아침에 어지럽다고 하셨는데, 쓰러지셨구나. 할머니는 한국말 전혀 못하는데, 어떻게 하지?

    “동민아., 동민아, 얼른 와봐. 너 병원에 가봐야겠다.”

    동민이 선생님께서 부르십니다.

    “너희 할머니 깨어나셨어. 그런데, 한국말을 할 줄 몰라. 니가 도와드려야겠어. 엄마도 아버지도 바쁘신지 전화를 안 받으셔.”

    “엄마 일할땐 전화 못받으세요.”

    “그래? 얼른 가자.”

    선생님과 택시를 타고 얼른 응급실에 갔습니다. 할머니가 이마에 손을 얹고 누워계십니다.

    “마와이!” (할머니!)

    “짜꼬또이 머이 베 하” (오, 우리 새끼 왔구나.)

    “마와이 라우 어 라우?” (어디가 아파?)

    “라오바 메이 쩡 막. 아 뭉 어 이.” (머리가 어지러워. 속이 미식거리고.)

    동민이는 얼른 의사선생님께 말씀드립니다.

    “그래? 엊저녁에 뭘 잡수셨는데?”

    “소풍갖다 안 먹고 김밥을 남겨왔는데, 그걸 드셨어요. 음식버리기 아깝다고.”

    “요즘 식중독이 유행하는데, 음식을 잘 못 드셨나보다.”

    의사 선생님은 얼른 응급처치를 해주셨습니다.

    “니가 동민이구나. 지연이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다. 난 지연이 엄마야.”

    “아..고맙습니다.”

    “아니야, 어른이 쓰러지셨는데 당연한 일이지. 너 정말 똑똑한데. 할머니 말 통역도 다하고.”

    지연이 엄마는 연신 동민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동민아!”

    마침 동민이 엄마가 헐레벌떡 뛰어왔습니다.

    “할머니는 괜찮니?”

    “네, 괜찮으세요.”

    “동민 어머님, 많이 놀라셨죠? 가벼운 식중독이래요. 약만 드시면 괜찮으시대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동민이 엄마는 연신 고개를 조아렸습니다.

    “김밥을 먹다 그러셨대요.”

    “김밥요?”

    “네, 어제 동민이가 소풍갔다 김밥을 남겼다면서요. 할머니가 그걸 드시고 그만..”

    갑자기 동민이 엄마 눈에 눈물이 맺힙니다.

    “제 잘못이에요. 김밥을 쌀 줄 몰라 사다 줬더니, 동민이가 김밥을 먹질 않았어요. 얼마나 아프셨을까..”

    “아, 그러셨구나. 어느 나라에서 오셨어요?”

    “베트남이요.”

    “베트남에는 김밥이 없지요. 제가 김밥싸는 법 가르쳐드릴께요.”

    “네?!”

    “김밥 싸는거 아주 쉬워요. 조금만 배우시면 금방 하실 수 있을거에요.”

    “꼬마 김밥으로요!”

    옆에 있던 동민이가 소리칩니다.

    “꼬마 김밥?!”

    “네, 입에 쏙 들어가는 꼬마김밥이요!”

    “그래, 그래 알았어. 동민이 입에 쏙 들어가는 꼬마김밥이랑, 할머니 입에 쏙 들어가는 할머니 김밥도 가르쳐줄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동민이 엄마는 연신 허리굽혀 인사했습니다.. 동민이도 엄마옆에 서서 인사했습니다.

    이제는 소풍날 엄마가 싸준 꼬마김밥을 들고 갈 수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신이 났습니다.

     

    할머니가 퇴원을 하셨습니다. 동민이도 지연이도 다시 어린이집에 돌아왔습니다. 받아쓰기는 지연이가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공부 잘하는 지연이가 도와주니 금방 급수를 딸것 같습니다.

    한문 시간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칠판에 크게 두 개의 한자를 쓰셨습니다.

    “자, 얘들아. 오늘은 선생님이 두가지 한자를 가르쳐 줄거야. 잘 듣고 따라해봐. 같을 동!”

    “같을 동!”

    “같을 동!”

    “같을 동!“

    “다음 글자는 ‘국민 민’이야. 국민 민!”

    “국민 민!”

    “국민 민!”

    “국민 민!”

    “어, 저거 내 이름인데.”

    교실 한켠에 있는 동민이가 소리칩니다.

    “선생님, 저거 내 이름이에요. 우리 아빠가 지어줬어요. 같을 동! 국민 민! 너는 같은 한국 국민이야. 이런 뜻이랬어요.”

    “정말 그러네.”

    “맞다!”

    친구들이 갑자기 웅성거렸어요.

    “그렇구나. 아버지가 좋은 이름을 지어주셨구나. 얘들아, 동민이 어머니가 베트남 분이시지?”

    “네!”

    “우리랑 모습이 조금 틀리고, 말씀하시는것도 조금 틀리지?”

    “네! 그래요!”

    “하지만, 동민이 말대로 같은 국민이야. 동민이 아버지랑 결혼하셔서 한국 사람이 되신거야.알겠지?”

    “네~”

    “동민이 이름 생각하면 외우기 쉽겠는걸. 다시 한번 읽어보자. 같을 동!”

    “같을 동!”

    “국민 민!”

    “국민 민!”

    교실은 아이들이 한문을 외우는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동민이 얼굴도 괜시리 지어지는 미소로 가득 찼습니다. ♣

     

    출처 : 알콩달콩 안암어린이집 카페 (cafe.daum.net/AnamChildren)

     

    * 본 작품은 2010년 유니세프 아우인형 대상 수상작입니다.

    제가 글을 썼고, 안암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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