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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여행]브라이튼과 세븐시스터즈(2)
    버킷리스트 실행보고 2016. 10. 5. 00:40

     

    하얀색으로 산뜻한 브라이튼역

     

     

     

    브라이튼 역에 내려 밖으로 나와보니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tourist center가 눈에 띄여 가보니 한국인 학생들로 보이는 일행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한국에서 오셨어요?"

    "네."

    "세븐시스터즈 가려면 어떻게 가요?"

    "혼자 오셨어요? 그것도 모르고?"

    "네."

     

    한 남학생은 황당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네이버에서 세븐시스터즈 가는 법을 검색해 보여주었다.

     

     

    http://blog.naver.com/souni3/220763787975

     

     

    대략 이런 블로그가 나왔다. tourist center에서 버스티켓을 사서 타고 간다는거였다.

     

    "그래서, 여기서 줄서신 거에요?"

    "네, 맞아요."

     

    나도 따라서 줄을 섰다. 브라이튼이 확실히 유명한 관광지인가보다. 금요일 낮이었는데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내 차례가 되어 세븐시스터즈 가는 버스티켓 달라고 하니 담당 아저씨는 느릿느릿 걸어가 손바닥 만한 종이를 가져왔다. 덮개 종이를 걷어내고 오늘 날짜를 긁은 후 사용하라는 거다. 즉, 하루만 사용할수 있게 복권 긁듯이 날짜를 표시해두는거다. 신선했다.

     

    이제 역앞으로 나와 버스만 타면 된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이 어찌나 많은지 뭘 타야하는지도 모르겠다. 또 어떤 아저씨를 붙잡고 물어봤다. 중저음에 영국식 발음이라 알아듣기 힘들었는데 한 단어만 들렸다.

     

    "크랔 타우어"

     

    clock tower 시계탑을 가르치는 거구나. 아까 한국학생이 하던대로 블로그를 검색하니 역 아래로 시계탑 만날때까지 10분정도 걸어가면 버스 정류장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탱큐를 외치고 역앞에서 커다란 핫도그를 샀다. 세븐시스터즈는 해안가에 있고 30-40분 걸어야 한다고 해서 간식을 꼭 준비하라는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가라는 글은 안 읽고 간식 이야기만 열심히 읽은 나. 덕분에 배고프지 않게 다녀왔다.

     

     


    브라이튼 내 버스를 타는 하루짜리 티켓. 복권처럼 오늘 날짜를 긁은후 사용한다.





    브라이튼 역에서 10분쯤 걸어내려가면 만나게 되는 시계탑. 

    여기서 세븐시스터즈행 버스 정류장 가려면 우회전




    Three가 보이면 좌회전.




     M & S  앞에 세븐시스터즈 가는 버스 정류장이 있다.

     

     

    블로그와 영국인 아저씨의 말대로 쭉 걸어내려가니 시계탑이 나왔다. 시계탑에서 우회전하다 Three 가게가 보이면 좌회전. 걸어가다 보니 M&S 가게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이었다. 12, 12X 등을 타면 된다. 다행히 버스는 빨리 와서 이층 맨 앞자리에 앉았다. 브라이튼 관광하기에 좋은 뷰다.

     

    <세븐시스터즈 가는법 정리>

     

    1) 브라이튼 역 앞 tourist center에서 세븐시스터즈 가는 oneday 버스 티켓을 산다. 4.8파운드로 기억한다.

    2) 브라이튼 역 아래로 쭉 직진하다보면 시계탑을 만나면 우회전.

    3) 조금 지나 Three shop을 만나면 좌회전.

    4) 조금만 가면 버스정류장이 M&S 앞에 있다. 12, 12x 버스 등이 서는 정류장이다. 여기서 이런 버스들을 타고 한시간 정도 가다 seven systers park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2층 버스에서 내려다본 세븐시스터즈 가는 길

     

     


    세븐 시스터즈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버스를 타고 한시간은 간것 같다. 브라이튼을 마을버스처럼 샅샅이 다니더라. 덕분에 아름다운 브라이튼 마을을 볼수 있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후2시쯤 세븐시스터즈 입구에 도착했다. 예전 농가를 개조한것처럼 보이는 곳에 visitor's center가 있었다. 멋쟁이 할아버지가 안내를 맡고 있었다. 지도하나를 얻어 입구를 향해 걸었다. 대형 걸개 문이 있었는데 어떻게 여는지 몰라 서 있자 한 백인남자가 열어주었다. 땡큐를 외치고 지도를 보며 가장 짧은 루트로 걷기 시작했다. 영국의 초원이 드넓었다. 우리나라는 어딜가나 산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는데, 이곳은 시야를 막는게 없었다. 저 멀리 양떼 목장도 보이고, 호수도 보이고, 초원도 보였다. 햇살은 따가웠지만 걸어갈만 했다. 내 옆에는 영국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열심히 걸어가시는게 보였다. 런던 어딜 가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옷도 예쁘게 차려입고 적극적으로 다니시는걸 볼수 있었다. 복지가 잘된건지 원래 성격이 적극적인건지 잘 모르겠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여유있고 적극적으로 다니시는걸 보면 기분이 좋았다. 꼭 내 노년도 저렇게 될것같다는 나만의 상상을 펼쳐보면서.

     


    세븐시스터즈 visitor 센터





    어딜 가나 코믹한 중국인들


     

     

    열심히 걷자 드디어 세븐시스터즈가 보였다. 자갈 해안에 앉아 가져간 자켓을 돗자리 삼아 깔았다. 핫도그와 사과를 꺼내 우적우적 먹었다. 런던 핫도그 커서 좋다. 에너지바도 먹고 견과류도 먹고. 맛있게 먹으면서 해안가를 둘어보는게 소풍온것 같아. 세븐시스터즈는 크고 웅장하고 아름다웠지만, 그다지 특별할게 없었다. 특별하다면 사람들의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해안가에 앉은뱅이 체어를 가져다놓고 책을 읽거나 해바라기를 하는 모습, 저멀리 학교에서 단체와 왔는지 청소년들이 뛰어놀던 모습, 세븐시스터즈 위로 올라간 개미떼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런게 한가롭고 여유로운 마음을 주었다. 좋은 음악이라도 담아와서 한참 듣고 해바라기 하다 가고 싶었지만, 시간은 늦은 오후로 달려가고 있었다. 세븐시스터즈 가까이 가서 암벽을 자세히 봤다. 돌아오는 길을 세븐시스터즈 근처에서 시작했다. 갈때랑 달리 예쁜 초원과 양떼목장을 가까이 볼수 있었다. 다양한 길이 있는게 좋았다. 자연속에서 걷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최고의 여행지였다.

     









    영국 하얀 나팔꽃

     

     

     

    다시 visitor's center쪽에 도착했다. 너무 더워 2파운드 아이스크림을 샀다. 마침 한국인 학생 중 하나가 사진을 찍어달라 했다. 자기들 모임이 오늘을 마지막으로 헤어진대나. 20대때 내 친구들이 많이 유럽여행을 떠났다. 나도 시간과 돈이 있었지만, 그때는 너무 겁이 많고 우울하고 두려움이 많은 시기였다. 내 친구들에 비해 늦게 유럽여행을 왔지만, 나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혼자 씩씩하게 찾아다니는게. 물론 체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용기와 자신감을 뒤늦게 찾은 내가 좋았다. 20대 학생들을 보며 부러움 반, 내 20대 돌아보기 반을 하며 사진을 찍어줬다. 사진을 찍기위해 한 여학생에서 아이스크림을 맡겼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그 모습이 참 예쁘더라.

     

    난 20대때 하지 못한걸 지금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계속 도전하리라 생각했다. 누구나 꽃피는 시기가 다르다. 내 전성기에 맞추어 열심히 살리라. 내가 하고 싶은게 20대들이 하고 싶은것들과 겹치는게 있어서 그런지 난 젊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는게 좋다. 나랑 말이 잘 통하는 20대 - 30대들도 있고.

     

    여하튼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고 브라이튼행 버스를 다시 탔다. 생각같아선 브라이튼에 1박하면서 다른 관광지도 보고 싶었다. 내 앞에 앉은 한국인 여학생은 네이버에 "브라이튼 맛집"을 검색하고 있었다. 브라이튼이 이처럼 매력적인 도시인지 미처 알지 못한 죄로 나는 다시 victoria역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richmond역에서 오전에 만난 할머니 생각이 났다. 어둡고 좁은 골목길로 가지 말고 대로변으로 버스 정거장까지 가라고. 할머니말대로 나는 착하게 대로변을 따라 걸었다. 생각해보니 오늘 만난 천사들이 많았다. 좌충우돌 생각없이 다니는 내가 길 헤매지 않고 무사하게 세븐시스터즈를 보고 온게 감사했다. 세상엔 악한 일도 많지만, 그래도 천사같은 사람들이 있어 지구별이 오늘도 빛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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