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속의 사람들 (5유형 이야기)

상담을 할때 소통이 잘되고 내담자가 많은 것을 얻어간다고 할때가 있지만, 반대로 피드백이 안 좋을때도 있다. 결함에 민감한 나는 안 좋은 피드백에 처음에는 예민했다. 이제는 그것을 내 부족함을 메꾸는 기회로 삼고 싶다.

 

몇주전 5유형 친구를 상담한 케이스가 그런 경우였다. 5유형을 공부한다고는 했지만, 돌아보니 정말 몰랐다는걸 뼈저리게 알게 됐다. 정말 집중해서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읽기 시작했다. 그곳에 나온 5유형에 대한 문구들이 이처럼 몸에 탁탁 박힐 수가 없었다. 그런 사람을 만나니 더욱 더.

 

5유형. 기본욕구는 많이 알고 싶다. 방어기제는 고립. 타인과 감정적인 연결을 끊고 고립되어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홀로 있는것을 좋아한다. 기본적인 두려움은 무능할까봐. 그래서, 그 무능함을 메꾸기 위해 끊임없는 지식습득을 한다. 사람은 좋아하는 관계형인 내가 홀로 있는걸 좋아하는것 자체가 이해가 안되었다. 하지만, 다음 문구를 보니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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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어그램의 지혜

저자

돈 리처드 리소 지음

출판사

한문화 | 2009-03-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에니어그램은 그리스어로 ‘9’를 뜻하는 ‘에니어(ennea)'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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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어그램의 지혜 p294   5번 유형은 실제로 아주 깊은 감정의 보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그것을 깊이 묻어 두고 의도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려고 한다. 사실 5번 유형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많은 관계를 회피한다. 또한 대부분의 5번 유형은 자신을 도우려는 사람들을 피한다.(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무기력과 무능함이 강조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이들의 기본적인 두려움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 배후 동기를 갖고 있거나, 그것을 이용해서 상대를 조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느껴질 때는 더욱 그렇다.

 

 

 

아, 그렇구나. 나에게 상담받은 5유형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굳이 남에게 도움을 받고싶지 않고, 친구를 애써 사귀고 싶지 않다고. 5유형 대표 인물들을 읽어보았다. 그 중 강렬하게 인상이 남는 두 사람이 있었다.

 

 

 

팀 버튼 감독

 

 

 

 

 

 

가위손(Edward Scissorhands), 크리스마스 악몽(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 유령 신부(Corpse Bride)처럼 극 분위기가 어둡고 괴이한 영화를 만들었다. 조니 뎁이 분한 가위손은 표정이 얼어있다. 유령신부는 신부가 얼굴이 파란 시체(Corpse)이다. 5유형은 기존 생각을 믿지 않고 스스로 생각해서 검증한다는 패턴때문에 창의성이 있다. 단, 생각에서 나온 캐릭터라 냉냉할 수 있다. 냉냉한 캐릭터 뒤에는 유머와 따뜻함이 있다. 영화 유령신부를 봐도 처음에 해골과 죽음의 세계가 나올때는 무섭지만, 유령신부가 한을 풀고 살아있는 신랑을 놔주는 해피엔딩은 훈훈하다. 이 영화를 보며 5유형 사람들도 처음에는 냉냉하지만 내면에는 따뜻함이 있는것 같다. 팀 버튼 감독은 유명배우 헬레나 본햄 카터와 결혼했다. 둘은 부부인데, 팀 버튼의 창의력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각기 다른 집에 산다고 한다. 이것 또한 5유형의 고립 패턴이다.

 

 

에니어그램의 지혜 p277   이미 익숙한 것이나 잘 정리된 분야를 탐구하는 일에는 그리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이들의 관심은 독특한것, 간과되기 쉬운 것, 환상, 비밀, 신비 같은 것에 쉽게 끌린다. 다른 사람이 모르는 일을 아는 것, 다른 사람이 경험하지 않은 일을 창조하는 것은 5번 유형에게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자기만의 은신처를 갖게 해준다. 이들은 이러한 은신처를 개발하는 것이 독립성과 비밀스러움을 갖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여긴다.

 

 

다른 사람이 경험하지 않는 신비에 끌리기 때문에, 팀 버튼 감독이 유령신부처럼 죽음의 세계를 다루거나, 크리스마스의 악몽처럼 기존 따뜻한 크리스마스 이미지 말고 해골귀신이 나오는 크리스마스를 상상했다는걸 이해하게 된다.

 

 

 

 

굴렌 굴드 피아니스트

 

 

 

 

괴짜 피아니스트로 유명하다. 대중속에서 연주하는 콘써트보다 혼자 녹음실에서 연주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한번 연주에 빠지면 홀로 허밍하는것을 즐겼다고. 5유형은 한가지에 생각을 집중시키면 깊게 사고하고 연구하여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 굴렌 굴드는 피아노라는 한가지에 매달려 피아노 연주에 전문가가 되었다. 단, 고립이라는 방어기제때문에 여러 사람과 공감하기보다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연주하길 즐겨했던것 같다.

 

 

 

마침 굴렌굴드의 스튜디오 연주를 담은 비디오가 있네요~ 그의 허밍소리가 들리는듯 해요.

 

 

에니어그램의 지혜 p280   5번 유형은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을 때에야 사람들과 연결을 맺을 준비가 되었다고 느낀다. 예를 들어 5번 유형이 음악을 좋아한다면 피아노를 배울 것이다. 이것은 5번 유형에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해 주며 자존감을 길러 준다. 가족 안에서 자기만의 장소를 갖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음악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다리의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도 5번 유형에게 혼자 있는 시간을 허용해 준다. 5번 유형은 다른 사람과 음악을 즐기기보다는 자신을 위해서 피아노를 연주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5유형은 안철수님이 있다. 5유형이 건강해지면 그의 지적 지식으로 현실에서 전문적이고 유능한 일을 할 수 있다. 대학시절, 전산을 전공했던 나에게 영웅으로 떠오른 인물이 안철수님이었다. 전산 전공자도 만들기 어려운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고, 영리가 없어도 바이러스가 나타나는 종종 그에 대응하는 백신을 만들어 자율적으로 업데이트판을 공급했다. 그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그 사람 얼굴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나는 그 분을 존경했다. 더군다나 직업은 의대생이라니! 한 사람의 지적인 깊이가 이렇게 깊을 수 있는것에 감탄했다.

 

몇 십년후 대학에서 창의적인 생각으로 강의를 하고 젊은이들을 위로하는 역할로 등장하시더니 그 지지에 힘입어 마침내 대선출마까지 고려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선택앞에서 그 분이 하신것은 “생각”이었다. 그 생각을 정리한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까지 내셨다. 이것은 생각속에서만 살아 현실이 무언지 몰라 불안할때 나타나는 5유형의 패턴이다.

 

에니어그램의 지혜 p291   평균적인 5번 유형은 소위 ‘준비 모드(preparation mode)'에 갖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끊임없이 연습을 하며 행동을 개시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느낀다. 끊임없이 자신을 준비하고 분석하기 때문에 작은 것에 묶여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격이 된다.

 

 

5유형이 건강해지려면 자신이 아는 지식을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컴퓨터 백신에 대한 지식을 실천으로 옮겨서 그분은 건강하고 유명해졌다. 이제, 정치라는 현실속에 뛰어들려면 지나친 생각이라는 패턴을 풀고 치열한 현실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고 현실과 조율하는 과제가 남았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안 철수님이 현실세계에서 정치를 하시며 건강한 5유형으로 발전하시길 기원한다. 또한, 현실속에서 유능하지못할까봐 두려워 지나친 지식추구로 빠진다는 모든 5유형들이 불안에서 빠져나와 건강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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