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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에 대한 고찰
    에니어그램 컬럼 2014. 6. 9. 22:16

    아버지에 대한 고찰

    1. 아버지 - 싸이
    우연히 조희연 교육감 당선인의 아들이 싸이의 아버지를 부른 동영상을 봤다.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
    더 이상 쓸쓸해 하지 마요.
    이젠 나와 같이 가요"

    이 후렴구가 마음에 들어왔다.
    아, 한국의 아버지 그리고 우리 아버지.



    2. 고캔디의 아버지



    교육감 선거를 발칵 뒤집어 놓은 고캔디의 글.

    "고승덕님은 그의 자녀들의 교육을 맡은적이 결코 없습니다....
    저는 제가 기억을 할정도로 어린시절조차도, 그가 우리 남매에게 무언가를 가르친 기억이 없습니다....
    그가 교육시키지도 대화하지도 않은 자녀로서 저는 서울 시민에게 그는 이 자리에 자격이 없다고 알려야 합니다."

    Seung Duk Koh never partook in the education of his own children....
    I have next to no memories of his being present to teach me or my brother anything, even when I was old enough to have such memories....
    As a child he neither educated nor rarely even spoke to, I must inform the citizens of Seoul that he does not qualify for this position.

    이 글을 읽으며 나는 묘한 동질감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나도 한때 그녀처럼 우리 아버지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나이 8살때 막내가 자폐라는 장애를 가졌다는것을 알게되었다.
    엄마는 막내를 잘 교육시키려 사방팔방 뛰며 배우고 가르쳤지만,
    아버지는 막내가 이런 장애를 가진건 엄마탓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화만 내고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처럼 내 눈에는 보였다.
    그녀처럼 우리 아버지는 아버지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3. 아빠, 미워요!
    이런 감정때문에 에니어그램을 공부하고 아버지의 성격에 대해 공부했다.
    여러 과정을 거쳐 알게되었다.
    아버지가 화를 내신건 불안해서 그런거였고,
    엄마탓을 한건 속상해서 그런거구나.
    그러면 "난 불안하고 속상해."라고 하면 되는데,
    아버지는 그런 언어를 배운적이 없으셨다.

    한국전쟁후 가난에 지친 할머니는 아버지를 사랑의 언어로 대한적이 없었고,
    거칠고 남을 탓하는 언어만 들으며 자랐다.
    할머니 또한 팍팍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따뜻하게 보살핌 받으시지 못하셔서 그러셨으리라.
    과거에는 그런 언어로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내 아버지와 할머니셨다.

    나처럼 아버지를 미워하는 친구를 상담한적도 있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니 차차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미워하는것은 좋아하는것의 반대가 아니구나.
    좋아하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 반작용으로 미워하는 감정이 생긴거구나.
    결국 좋아하는것과 미워하는것은 같은 것이다.
    둘다 관심이다.



    4. 나, 아버지로서는
    내 또래 남자분을 상담한 귀한 경험도 하게 되었다.
    이 분은 아버지로서의 자기 입장을 내 눈높이에서 설명해주었다.
    아, 아버지는 이렇게 고달픈 자리이구나.
    우리 아버지는 막내의 교육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표현이 거칠고 서툴러 좋은 말 한마디 해주지 않으셨지만,
    직장을 쉬거나 생활비를 안 준적은 없었다.
    당신이 매일 직장에 나가서 일하는것으로 당신의 사랑을 보여준거였다.
    그걸 깨닫게 되니 아버지에 대한 미움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졌다.


    지금도 우리 아버지는 표현에 서툴다.
    가끔씩 표현이 잘 안되시면 짜증을 내시고, 남을 비난하시고, 화를 내신다.
    그게 당신의 삶을 보호하는 방어기제였다.
    이제는 그 불안에 내가 휘말리지 않는다.
    휘말리지 않으니 조금 관대해졌다.



    5. 딸의 아버지, 아들의 아버지

    인순이가 부른 "아버지"라는 노래에서는

    "그래 내가 미워했었다."

    라는 가사가 나온다.


    신해철이 부른 아버지에 대한 노래에서는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가족에게 소외받고 돈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비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적이 없었다."


    딸은 아버지를 사랑하고 싶은데 그 감정이 좌절되면 보통 아버지를 미워한다.
    아들들은 어릴적 아버지를 미워하고 반항하다, 
    어느 순간 성인이 되면 아버지 입장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딸은 어머니로 자라고, 아들은 아버지로 자라기 때문인것 같다.

    고캔디는 미국에서 자랐다.
    다정하게 뺨을 비비고 자상한 미국의 아버지들을 보고 자랐을것이다.
    그런 예상과 기대를 하고 있는데, 
    한국의 아버지 고승범은 그런적이 없으니 좌절과 상처가 컸으리라 예상된다.

    딸인 내가 아버지를 이해하는데 10년이상 걸렸다.
    그녀도 아버지의 성장배경과 성격 등을 뿌리깊게 이해해야 그를 이해할수 있을것이다.
    아버지 고승덕도 딸의 성장배경과 성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화해가 될것이다.



    최근 한국은 급격히 변화했다.
    어떤 년도에 태어났느냐에 따라 다른 한국을 보고 산다.
    이 변화가 부모자식간의 세대차이를 벌릴수도 있을것이다.
    많이 다를것이다.
    하지만,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공감하는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자식들이 아버지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아버지도 서서히 자식들에게 감정표현을 잘하실수 있기를 기원한다.
    어찌되었건 아버지와 자식들은 가족이다.
    가족에게 공감받고 인정받은것이 가장 기본적인 행복이다.
    하지만, 현실은 가족이라서 서로 기대하는것이 크니 더 공감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다.
    더 어렵다. 더 어려우니 더 가치가 있다.

    가화만사성의 뜻을 조금씩 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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