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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시 없는 고슴도치
    동화와 동시 2014. 7. 19. 09:44

     

     

    가시 없는 고슴도치

     

     

    깊고 깊은 산골에 고슴도치 마을이 있었습니다. 고슴도치들은 산과 들을 다니며 지렁이나 달팽이를 먹고 살았습니다. 여린 풀잎을 따다 먹기도 하고, 때로는 뱀을 잡아 포식을 하기도 했습니다. 먹고 사는데 지장없는 이 마을엔 걱정이 한가지 있었습니다.

     

    고슴도치들은 등위에 난 가시 때문에 가까이 지낼 수 없었습니다. 같이 모여 맛있는 달팽이를 나누어 먹으려 해도, 다가서면 자기도 모르게 내 가시로 상대를 찔렀습니다.

     

    “아야! 너 왜 찔러!”

     

    “미안! 일부러 그런건 아니야.”

     

    “네 가시는 유난히 딱딱하고 날카로운것 같아. 옆에 같이 못있겠어.”

     

    “뭐야? 내 가시가 딱딱한게 내 책임이야? 나도 가시가 있는게 싫다고! 사과까지 했는데, 그것도 못 받아줘!”

     

    “네가 한번 찔려봐. 얼마나 아픈지 알아!”

     

    “찌르고 싶어서 그런것도 아닌데, 그것도 이해 못해!”

     

    고슴도치들은 서로의 가시 때문에 이렇게 매일 싸웠습니다. 한번씩 싸울때마다 하나의 가시가 새로 돋아났습니다. 고슴도치들의 가시는 점점 빽빽해졌습니다. 이제는 가까이 만나 이야기를 못할 정도였습니다. 각자 먹을것을 구해 먹고, 외로이 혼자 먹었습니다.

     

    고순이라는 고슴도치는 이것이 너무 슬펐습니다. 고순이 엄마는 하도 많이 싸우고 남을 미워해서 가시가 유독 빽빽했습니다. 딸인 도순이도 가까이 가기 힘들었습니다.

     

    “엄마~ 아침은 드셨어요?”

     

    라고 몇발자국 떨어져서 외쳤습니다. 그럼 고순이 엄마는

     

    “응~ 먹었어. 고순이 너는?”

     

    “네, 저도 먹었어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고순이 엄마는 특히 옆집 아줌마랑 사이가 안좋았습니다. 피한다고 하지만, 이웃인지라 자연스레 만나게 됩니다. 어느날은 지렁이를 잡다가 고순이 엄마의 긴 가시가 마침 지나가던 옆집 아줌마를 찔렀습니다.

     

    “아야! 아니, 고순이 엄마! 이렇게 긴 가시가 있으면 나오질 말아야지. 어딜 돌아다녀서 남에게 피해를 줘요!”

     

    “뭐야! 네가 피해가야지! 내 가시가 긴걸 나도 어쩌라구! 이 놈의 여편네, 또 성질 돋구네”

     

    이렇게 싸우니 고순이 엄마의 가시는 더 길어졌습니다.

     

    “아야! 내가 도망가고 말아야지. 고순이 엄마하고 말하다 내 몸이 하나도 안 남겠어.”

     

    “뭐야! 이 여편네!”

     

    고순이 엄마의 화는 쉬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가시는 점점 자랐습니다.

     

    이제는 고순이도 몇발자국 더 물러서야 할정도로 엄마의 가시는 길고 굵어졌습니다.

     

    “엄마! 또 싸우셨어요?”

     

    고순이는 엄마랑 이야기를 하려면 손나팔을 해야합니다.

     

    “옆집 여편네가 또 시비를 걸지 뭐냐.”

     

    “좀 참으시지 그러셨어요. 화를 낼수록 가시가 길어지는거 아시잖아요.”

     

    “그게 잘 안돼. 너 봐서 참으려고 했는데, 누가 건드리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난다.”

     

    “이제 어떻게 해요. 저도 엄마랑 대화하기 힘들어졌어요. 가시가 길어질수록 고슴도치들과 더 많이 싸우실테고....엄마, 안되겠어요. 제가 이 마을을 나가 가시를 제거하는 법을 알아내야겠어요.”

     

    “뭐야?”

     

    “이대로 있을수 없잖아요. 엄마뿐만 아니라 점점 마을 사람들의 가시도 커져요. 서로 모일수 없고 점점 외로워져가요. 화를 내면 가시가 커지니 거꾸로 줄어들 방법도 있을거에요. 이 마을안에는 그 방법을 아는 사람이 없으니 마을 밖에 나가 찾아볼께요.”

     

    “마을 밖은 뭐가 있는지 몰라. 위험해!”

     

    “그래도 여기서 서로 찌르고 찔리며 있는것보다 답답하지 않을것 같아요. 걱정마세요. 위험한게 있으면 이 가시로 보호하면 되니까요.”

     

    고순이는 엄마의 반대를 무릎쓰고 마을을 떠났습니다. 생전 처음있는 일이었습니다. 아니, 이 마을이 세워진 이유로 처음 있는 일입니다. 먹을것이 많아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은게 이 마을의 역사였다고 하지요. 하지만, 먹을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가시가 고슴도치들을 너무 힘들게 만드니까요.

     

     

     

     

     

     

    산 넘고 물 건너 고순이는 열심히 걸어갔습니다. 낯선 풍경들이 신기해 처음에는 신이 났습니다. 가면 갈수록 다리가 아프고 지쳤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습니다. 고순이 다리가 퉁퉁 부었습니다.

     

    “에효, 힘들다. 잠깐 쉬었다 가자. 오늘밤은 노숙을 해야하는건가?”

     

    고순이는 털퍼덕 나뭇잎위에 주저 앉았습니다.

     

    “아야! 아야!”

     

    고순이 뒤에서 낯선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야! 아파! 너 누구니?”

     

    “어, 미안. 미안. 난 고순이라고 해.”

     

    “고순이?”

     

    “응, 저 재 너머 고슴도치 마을에서 왔어.”

     

    “그럼 방금 나를 찌른게 너니?”

     

    “응, 미안. 내가 가시관리를 잘 못해서. 네가 거기 있는줄 몰랐어.”

     

    나뭇잎을 제치고 자그만 동물 하나가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고순이하고 얼굴이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등 위에 가시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너는 누구니? 등이 매끈한걸 보니 고슴도치는 아닌것 같고.”

     

    “나 고슴도치야.”

     

    “뭐야? 정말!”

     

    “응, 내 이름은 고돌이라고 해. 저 아래 마을에 살아.”

     

    “너..너..어떻게 등위에 가시를 없앴니?”

     

    “없애다니?!”

     

    “원래 우리 고슴도치들은 가시를 달고 태어나잖아.”

     

    “난 원래 없었어. 우리 엄마 아빠도 없어.”

     

    “정말? 그런데, 고슴도치 맞아?”

     

    “이 고슴도치가 왜 이리 말을 못 믿어. 난 어렸을때부터 부모님에게 고슴도치로서 지켜야할 덕목을 수시로 듣고 자랐다구. ‘나는 고슴도치다. 고슴도치는 남을 믿는다. 고슴도치는 남을 미워하지 않는다. 고슴도치는 남을 용서한다. 고슴도치는 나를 사랑한다. 고슴도치는 나를 사랑하는만큼 남을 사랑한다.’”

     

    “어? 그게 뭐야?”

     

    “너 몰라? 고슴도치로서 지켜야할 덕목?”

     

    “처음 들어보는데?”

     

    “넌 어디 살았는데?

     

    “저기 산넘어서. 깊은 골짜기 아래서.”

     

    “깊은 산골에서 살아서, 교육을 못 받았나보구나. 부모님께 너를 소개해줄게. 너도 이제 고슴도치답게 살아야지. 그 가시도 버리고.”

     

    “가시를 버릴 수 있어?”

     

    “응, 아빠에게 있다고 들었어. 일단 나보다 우리 부모님께 말을 듣는게 낫겠다. 우리집에 가자.”

     

     

    고순이와 고돌이는 사이좋게 산을 내려왔습니다. 그곳에는 정말 고돌이 말대로 가시가 없는 고슴도치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고순이는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막연히 왔는데, 정말 꿈에 그리는것이 여기 있다니...!

     

     

    “아빠, 나 손님 데리고 왔어요.”

     

    “어, 고돌이 왔구나. 엇, 이 친구는 어디서 만났니?”

     

    “저기 산에 지렁이 잡으러 갔다가 우연히 만났어.”

     

    “안녕하세요. 고돌이 아버님. 전 고순이라고 합니다.”

     

    “이런...요즘 보기 드문 가시 있는 고슴도치구나.”

     

    “아버님, 저는 가시가 많은 고슴도치들이 사는 마을에서 왔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 저희 엄마는 가시가 너무 많아 다른 고슴도치들을 만나지 못하고 집에서만 계세요.”

     

    고순이는 그동안 자초지종을 고돌이 아빠에게 늘어놨습니다. 더불어 가시를 없앨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가시는 점점 더 자라고 있어요. 이러다가 서로 못보고 지낼거에요. 이렇게 가시 없이 저도 살고 싶어요.”

     

    어느새 고순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였습니다.

     

    “아마도...너희는 고철이 가족의 자손인것 같다.”

     

    “고철이 가족이요?”

     

    “그래, 아주 옛날에 이 마을에서 쫒겨나 산넘어로 가버린 가족이야. 원래 고슴도치들은 가시를 없애기 위해 남을 미워해서는 안된단다. 설령 남이 자기를 못살게 굴고, 모욕을 하고, 해꼬지를 해도 그 사람을 용서할줄 알아야해. 그렇지 못하고 거꾸로 계속 미워하면 가시는 점점 자라게 되지. 우리 마을 조상님들은 이미 그걸 알아 어렸을때부터 남을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는 방법을 가르쳐왔다. 그런데, 고철이네 가족은 그걸 따르지 않았어. 내가 듣기로는 고철이네는 너무 고집이 세서 마음대로 따로 살아보라고 마을에서 추방했다고 하더구나. 고철이는 미움의 씨앗을 버리지 않았어. 그냥 용서하면 되는데, 그걸 하지 못했어. 왜냐하면...”

     

    “왜나하면요?”

     

    “용서를 하면 상처받을때만큼 아프거든. 그걸 견뎌야 하는데, 못 견뎠어.”

     

    “그럼 아픈걸 견디면 가시가 없어지나요?”

     

    “응, 가시가 떨어져 나가. 줄어들기도 하고. 내가 잘못한 고슴도치에게 사과를 하면 쑥쑥 줄어들기도 해.”

     

    “아....”

     

    “고순이라고 했지? 고순아, 너부터 해보자. 너는 이때까지 살면서 누가 가장 큰 상처를 줬니?”

     

    “상처요? 글쎄요..당장 기억나는것은 없는대요?”

     

    “있을거야. 이렇게 가시가 있다는것은 아직 용서못한 사람이 있다는거야. 곰곰이 생각해봐.”

     

    고순이는 머리를 조아려 궁리를 해봤습니다.

     

    “아....!”

     

    “생각났니?”

     

    “네...아저씨..사실은...사실은...저 우리 아버지를 무척 미워했어요. 엄마하고 나를 버리고, 예쁜 아줌마에게 가버렸거든요. 엄마는 혼자서 나를 키우느라 고생하셨구요. 사실 엄마가 가시가 커진것도 나를 키우다 저렇게 되신거에요. 혼자 먹이를 구하려니 다른 고슴도치들과 싸우게 되고...그걸 볼때마다 전 아버지를 미워했어요.”

     

    “그랬구나.”

     

    “네...그런데, 아버지를 용서해야하나요? 우리를 버리고 갔는데?”

     

    “물론 용서하기 힘들지. 아까 이야기했잖니. 용서하는것은 힘들다고. 하지만, 처음이 힘들지 두 번째는 쉬워져. 아버지가 너희 모녀를 버렸지만, 아버지도 아마 다른 곳에서 상처를 받아 너희를 돌볼 수 없었을거야. 용서하지 않으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줘. 상처받은 사람이 남에게 상처를 많이 주지. 너희 아버지가 너에게 상처를 준건, 네가 태어나기 전 어디선가 상처를 받아서였을거야. 네가 용서하면 이제 상처가 돌고 도는것이 멈춰지게 돼. 고순아, 너 자신을 위해 용서해봐.”

     

    고순이의 눈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고순이는 아버지를 용서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내가 먼저 해보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마음이 쓰라리고 아렸지만,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자, 고순이의 등의 가시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고순아! 너 가시가 줄어들고 있어! 저기 가서 거울을 봐!”

     

    고순이는 눈물을 닦고 거울을 봤습니다. 자기 등에 있던 가시들이 쑥 들어가 있었습니다.

     

    “네 가시들은 네 상처였어. 며칠간 우리집에서 지내며 네가 상처받았던 일들을 떠올리고 용서하는 작업을 하고 가렴. 그럼, 확실히 네 가시가 줄어들거야. 우리 고돌이처럼 될걸.”

     

    “아저씨, 정말 그렇게 해도 되요?”

     

    “그럼, 되고 말고.”

     

    “정말 감사합니다.!”

     

    고순이가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 가장 컸던 가시 하나가 톡 떨어져나갔습니다.

     

    “감사함을 느끼는것도 가시를 없애는 좋은 방법이야.”

     

    고순이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이제 가시를 없애고, 마을로 돌아가 고슴도치들에게 이 방법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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