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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비가 없는 제비집
    동화와 동시 2014. 7. 17. 08:42

     

     

     

     

     

    제비가 없는 제비집

     

     

     


    꼬마 영진이네 집에 봄이 찾아왔습니다. 화단에 개나리가 피고, 화분에 군자란 꽃대가 올라왔습니다. 봄비가 하루이틀 오더니 연초록 새잎들이 올라옵니다. 낮에 골목에 나가 뛰어놀면, 햇살이 영진이의 까만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줍니다.


    영진이네 집 대문 머리에는 직육면체 모양의 등이 매달려 있습니다. 평소에는 잘 켜지 않다가, 손님이 오셔서 밤마중을 나갈 때 환히 켭니다. 어두운 밤에도 대문아래서 손님 얼굴을 보고 인사할 수 있습니다.


     

    봄이 오자 그 등에 제비 두 마리가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높게 혹은 아주 낮게만 날던 제비였습니다. 그런 제비를 바로 가까이 볼 수 있는게 신기합니다. 짹짹짹짹...요란한 소리를 내며 분주히 날아다닙니다. 집 근처에 논도 없는데 어디서 구했는지 지푸라기와 나뭇가지 등을 물어다 연신 나릅니다. 꼬마 영진이는 그것이 너무 신기합니다.

     

    “아빠! 아빠! 제비가 우리 대문아래 집을 짓고 있어.”

    “아빠도 봤어. 신기하지?”

    “응! 이제 집 다 지으면 제비가 저기서 사는거야?”

    “그럼, 아마 알도 낳을걸?”

    “정말? 계란만한 알?”

    “아니, 계란보다는 작아. 계란의 반정도?”

    “그럼, 어떻게 돼?”

    “어떻게 되긴 엄마제비가 알을 품지. 제비세끼가 태어나면 엄마하고 아빠는 부지런히 먹이를 날라다주고. 새끼들이 먹이를 줄때마다 엄청 시끄럽게 울어댈걸. ‘나줘! 나줘!’ 하면서 말이야.”

    “우와~ 우리집에 제비 가족이 사는거네.”

    “그러네. 우리 식구가 여섯인데, 제비식구까지 대가족이 되네.”

     

    꼬마 영진이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제비 새끼들이 태어나고 지지배배되면 얼마나 즐거울까? 엄마아빠제비가 바쁘면 내가 지렁이를 찾아다줘야지. 흥부놀부처럼 박씨를 물어다줄지도 몰라.’

     

    꼬마 영진이는 너무나 신이 나서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습니다.

     

    “근데, 아빠!”

    “왜?”

    “저 등을 켜면 제비가 놀라겠지? ”

    “맞다, 제비가 놀랠 수 있겠네. 어떻하지?”

    “조심해야지. 내가 종이에다 써서 붙여놓을게.”

     

    꼬마 영진이는 커다란 도화지를 꺼냈습니다. 크레파스로 또박또박 글씨를 썼습니다.

     

    ‘불켜지 마세요. 제비가 놀라요.’

     

    “아이고, 우리딸. 글씨도 예쁘게 잘 쓰네. 아빠가 스위치 아래 붙여줄게.”

     

    아빠는 꼬마영진이 키보다 한뼘높게 붙여줬습니다. 영진이 가슴이 왠지 콩닥콩닥 뜁니다.

     


     

     

    하은이네 집에서 놀다보니 어스름 해가 졌습니다. 영진이는 얼른 달려 집에 갑니다. 그런데, 이럴수가! 제비집이 다 지어진 등에 불이 켜져있습니다. 얼른 스위치 아래에 달려와 보니 영진이가 붙여놓은 종이가 떨어지고 어디갔는지 없어졌습니다.

     

    “아빠! 아빠!”

    “왜, 영진아?”

    “왜 밖에 등이 켜져 있어?”

    “아차, 아까 하은이 아저씨가 대문앞에서 뭘 준다 하길래...”

    “앙, 난 몰라! 제비가 없단 말이야. 제비가 놀라서 도망갔나봐! 어떻게! 어떻게!”

    “영진아, 미안해. 한번 기다려보자. 제비가 애써 집을 지었는데 그냥 버리고 가진 않을거야. 돌아올거야. 조금만 기다리자.”

    “정말 돌아올까?”

    “그럼, 아빠를 믿고 기다려봐.”

     

    꼬마 영진이는 아빠말을 믿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하루, 이틀 날이 가도 제비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매일 학교에서 돌아와 집앞에 서서 한참을 제비집 앞에 서 있었습니다. 저 안에서 제비식구들이 살면 얼마나 재밌을까? 내가 집에 돌아오면 나를 반겨 주었을텐데...영진이는 하염없이 공상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아이스크림도 안 먹고 동생에게 줍니다. 밥맛이 없어 밥을 남겼습니다. 아빠는 그런 영진이를 보며 괜히 미안해하셨습니다.

    날이 갈수록 조금씩 햇살은 강해지고, 초록은 짙어만 갔습니다. 어느 일요일 아침, 영진이는 아빠가 부르는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영진아, 영진아! 일어나봐. 제비집에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봐봐.”

    “으응! 제비집? 제비가 돌아왔어?”

    “아니, 제비는 없어. 하지만, 뭔가가 있어.”

     

    영진이는 슬리퍼를 꾀어차고 허둥지둥 밖으로 나갔습니다. 눈꼽이 낀 눈을 부비고 제비집을 바라보았습니다. 제비집아래에 안 보던 받침대가 보였습니다. 그리고..제비집 안에 무엇인가 들어 있었습니다.

     

    “앗, 아빠! 저것은...!”

     

    초록색 잎과 보라색 꽃이 달린 제비꽃이었습니다. 포근한 지푸라기로 된 제비집안에 제비꽃 여러송이가 폭 안겨 있었습니다.

     

    “아빠 잘못으로 제비가 놀라 멀리 갔잖아. 미안해, 영진아. 제비식구를 찾아가 우리 영진이를 위해 저 제비집에 살아달라고 부탁했어. 근데, 집을 너무 작게 지어서 돌아올 수 없대. 알을 여섯 개나 낳았대.”

    “여섯개나?”

    “응, 제비집을 너무 작게 지어서 여섯 개의 알을 다 키울 수 없대. 그래서, 이사한거래.”

    “아, 그렇구나. 화섭이가 태어났을때 아빠가 이 집에 이사온것처럼?”

    “맞아, 영진이는 정말 똑똑하구나.”

     

    아빠는 영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습니다. 햇빛이 쓰다듬어 줄때보다 더 따뜻했습니다.

     

    “대신 제비가 저 제비꽃을 선물로 주었어. 자기를 반겨주어서 고맙다고. 어때, 영진아?”

    “예뻐요!”

     

    제비꽃이 있는 제비집을 보고 있으니 영진이 마음이 꽉 차는것 같았습니다. 아빠한테 감사하고 미안하고 아빠가 너무 좋아졌습니다. 이런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마땅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배운 노래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그 노래에 있었던 그 말....

     

    “아빠, 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뭔데?”

    “아빠, 사랑해요!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만큼 별똥별만큼!”

    “나도 영진이 사랑해!”

     

    사랑하는 영진이와 아빠는 얼굴을 바라보며 환히 웃었습니다. 두 부녀의 마음은 사랑으로 금새 가득 찼습니다. ♥

     

     

     

    이 동화의 영감을 주었던 동요 [봄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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