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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다 부모
    에니어그램 컬럼 2016. 8. 15. 21:32

     

     

    어릴때 부모님은 슈퍼맨보다 막강하고, 원더우먼보다 놀라운 존재였다. 우리는 어리고 약하고 상처잘입고 세상모르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보여주는게 세상의 전부였다. 나의 생명을 유지하게 해주는 생명선이었다.

     

    자라면서 접하는 세상이 넓어진다. 우선 학교에 간다. 친구의 엄마, 친구의 아빠가 보이기 시작한다. 똑같은 문제도 다르게 대하는 친구의 엄마, 친구의 아빠의 모습을 본다. 이런 상황에 평화로운 결말이 나올수 있다는것에 놀란다. 가족내에서 웃을수도 있다는게 놀랍다. 웃는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의 일인줄 알았는데 말이다.

     

    더 큰 세상을 접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며 그간 몰랐던 나의 단점까지 알게 된다. 남들은 자연스레 잘하는것을 못 하는 나. 혹은 남들은 다 부모님께 받은것을 못받은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 부모님은 정말 나를 사랑하셨을까?"

     

    분노가 난다. 간혹 이 분노를 어떤 친구들은 청소년기에 만나기도 한다. 가출을 하고 반항을 한다. 나는 대학교때 가출했다. 나는 자의식 강하고 수치심이 강했다. 자연스레 사회성 좋은 친구들을 만나면 드는 열등감. 대학내내 나를 괴롭혔다. 이것은 모두 아버지 때문이야. 아버지는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준적도 없고, 차분한 대화를 나눈적도 없었거든. 삐뚤어질테다. 내가 비뚤어지면 최고의 복수겠지. 하는 유치한 보복심.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도 부모님의 영향을 쉬이 벗어나기 힘들다. 켜켜 묵은 감정. 순조롭지 않은 부모님과의 대화. 사회생활에서도 영향을 준다. 아버지 비슷한 직장상사는 어렵다.

     

    왜 부모님과의 애증관계는 지리 오래갈까 진지하게 돌아봤다.

     

    첫째, 나는 부모님은 부모와 자녀의 관계로 인연을 맺었다. 수십년간 그렇게 살았다. 그래서, 나이먹은 자녀와 고령의 부모님을 인지 하지 못하고, 어린시절 사랑을 원했던 꼬마 나와 부모님으로 순식간에 돌아가기 쉽다. 이것은 맛있는 티라미스 케이크를 보면 꿀꺽 침이 자동적으로 삼켜지는 조건반사 같은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계로 켜켜묵은 감정은 변화되지 않는다. 감정을 변하게 하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먼저, 내가 꼬마시선으로 부모님을 보고 있다는걸 인식해야 한다.

     

    둘째, 부모님의 시대적 상황과 나의 어린시절 상황이 아주 다르다는걸 받아들인다. 세밀하게 한국역사와 우리집안의 가정사까지 꼼꼼히 볼 필요가 있다. 부모님 시대의 정치적 상황과 시대적 요구가 무엇있는지. 부모님이 우리를 키울 당시 무엇이 최우선 과제였는지. 당시 부모님이 가족내 역할을 누구에게 배웠는지. 내가 부모님의 학교 선생님이나 상담선생님이 된것처럼 객관적인 자료를 모아본다. 그리고, 내가 원하던 최우선 욕구가 무엇이었는지. 내가 자랄때 무엇이 중요했는지, 나는 가족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으며 나는 그 역할을 왜 맡을수 밖에 없었는지. 나는 무엇을 받고 싶었는데 부모님은 왜 해줄수 없었는지.

     

    그렇게 알아보면 대체로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무뚝뚝하고 살갑지 않다. 거친 세월을 버텨내기 위해 악바리가 되거나 감정표현을 커다란 분노로 한다. 이른바, 건강하지 못하게 어쩌다 부모가 되신 분들이 많다. 그들은 억척스럽게 살았다. 살아남는게 최우선이라 그외 것들을 싹 무시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들도 상처입고 약했다. 스트레스를 풀길이 없어 애꿎은 약자인 가족들을 건들기도 했다. 하지만, 권의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해 사과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진정 사랑하는 자식과 가까워지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들도 나처럼 부족한 인간이었을뿐이다.

     

     

    셋째, 나는 부모님이 무엇을 채워주지 않아 힘든지 구체적으로 적어본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따뜻한 말이나 스킨쉽이 없었다면, 그것을 줄수 있는 사람을 찾거나, 내 스스로 직접 해준다. 그래도 안채워진다면 내안의 부족함, 인간적인 모순도 받아들인다. 내 자신이 달갑지 않으면 나와 비슷한 부모님도 달갑지가 않다.

     

    나는 내향적이지만 사람들과 아주 친근해지고 싶은 욕심이 많다. 내 의사 표현방식이 내 친근 욕구를 채워줄만큼 세련되거나 자연스럽지 않다. 그래서, 내향적이고 무뚝뚝한 아버지가 미웠다. 아버지가 사회성이 있으시거나 대화를 잘했다면 나도 그걸 물려받았을텐데. 난 아버지의 단점을 물려받았네. 하지만, 그건 나의 판단이다. 신의 시선으로 봤을때 내가 이런 성격을 가진 이유가 있을것이다. 사람이 완벽하지 않은 이유는 꼭있다. 단지 그것을 내가 받아들였을때 저항이 없을때 그 이유를 알수 있겠지.

     

    류시화 시인은 그러셨다. "나의 모순을 받아들여야 독립할수 있다."고. 내 모순을 부정하면 그걸 메꿔줄 사람에게 의존하게 된다. 모순적인 인간인 나를 받아들어야 남의 시선이나 의존없이 스스로 설수 있다고.

     

    사람이란 완벽하지 않아서 모든걸 다 할수 없다. 또한, 성격이 다 달라서 내가 원하는걸 부모는 별 중요치않거나 아예 그쪽 분야에 재능이 영영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성인이니 부모님을 그냥 한 사람으로 봐야할 필요가 있다. 나처럼 부족한 한 사람.

     

    에니어그램을 공부하면 기본욕구가 판이하게 서로 다르다는걸 알게 된다. 단지 9가지 성격이 아니라, 같은 성격유형이라도 환경이 다르거나 경험이 다르면 욕구의 결핍도 다르게 된다. 내가 부모님에게 결핍이 있다면 그 원인은 나와 부모님의 인연에서 시작되었지만, 성인이 된 지금 책임은 나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감정과 결핍은 내가 세상을 보는 시선을 바꾸지 않으면 내내 내 안에 남아 있다. 나의 성격안에 갇혀진 시선에서 벗어나려고 우리는 에니어그램 다른 유형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 성격에서 벗어나기 힘들면 내안의 분노나 응어리진 감정을 맘껏 풀 필요가 있다. 친한 친구나 상담가, 혹은 강아지. 아니면 대자연에게 하룻밤 잡아서 이야기해본다. 분노는 발산해야할 성질이 있다 한다. 단, 엉뚱한 사람에게 하면 다시 분노가 날아오니 현명하게 발산한다. 못쓰는 그릇을 깨거나 임금님귀는 당나귀귀를 외치던 대나무숲에 서서 소리를 지르거나.

     

    이제 나도 어릴때 한참 의존하고 기대던 그때 부모님의 나이가 되었다. 어찌보면 부모님은 지구별의 같이 늙어가는 지구인일지 모른다. 어쩌다 부모님이 되신 우리 부모님. 내안의 내면아이를 성장시켜 그분들을 부족한 생명으로 이해하는 따뜻한 시선을 가져보면 어떨까? 부모님과 나는 핏줄로 연결되어 있고 이 연결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내가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나의 기원이 그분들이고, 그 기원을 존중해야 나도 존중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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