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다 사랑 -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지난 1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다녀왔다. 그후의 일상은 코로나로 휩쓸려 버렸다. 지금은 8월말이고, 여행은 꿈꿀수 없는 시기이다. 그래서, 지금은 여행기를 쓰기 딱 좋을때다. 그때를 추억하며, 잠시 마음은 바르셀로나로 보낼 수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 건축물 데이를 가졌다. 오전엔 구엘 공원에 가고, 오후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가는 일정으로. 바르셀로나 도착전 큰 태풍이 와서, 구엘공원은 1/3만 열고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사그라다로 향했다. 버스를 타니 성당앞에 바로 내려 주진 않는다. 걸어서 사그라다로 향했다.

성당 앞에는 공원이 있다

저 멀리 공사중인 성당의 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난 세례는 받았지만, 독실한 신자는 아니다. 그런데, 모르겠다. 왜 내가 성당 탑들만 보고 눈물이 나는지. 사람이 만든것 같지 않고, 공간을 초월해 하늘에 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햇살을 적절했고, 시야가 선명해서였나. 정말 이해 못할 눈물이 왈칵 나왔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예약한 시간보다 빨라서 근처 한국식당을 찾아갔다. 그때가 11시쯤이었나, 그런데 식당이 문을 안 연것이다. 근처 슈퍼에 가서 스페인 차와 스파게티 집게를 샀다. 스페인에서 먹은 모든 것이 맛있었는데, 진저레몬티나 계피차가 티백에 든것도 좋았다. 한국식당에서 맛있는 한식 먹고, 구경 잘하라는 인사도 듣고 다시 성당으로 갔다.

입구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예약한 시간보다 조금 늦어 허겁지겁 물어보니 거기 모인 사람들이 모두 같은 시간대였다고. 입구엔 공항처럼 검색대가 있었다. 내 가방을 통과시키니 삑삑 소리가 나고, 보안팀 사람이 가방을 열어보라 했다. 집게가 나오고, 티백이 나오고.. 집게 가지고 테러는 할수 없다고..난 그런 표정으로 "That's present"라고 했다. 한국 사람은 그런것도 기념품이 된다고요.

무사히 검색대가 통과되고, 오디오 가이드 기구를 받아 입구에 들어섰다.

가우디가 완성했다는 파사드. 제일 오래되 보였다. 가우디는 성당의 일부만 짓고, 100년뒤를 위해 설계도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내 생전에 완성하지 못하는 일을 위해 100년의 계획을 하는 일. 과연 나는 할 수 있을까?

기둥이 큰 나무처럼 가지를 뻗는 모양이라, 파라솔 밑 예수님도 숲속에 계신것 같았다. 이 앞 의자에서 한참 앉아 있었다. 관람이 미사가 되는것 같았다.

초록 스테인드 글라스. 이 사진에선 그 색감이 제대로 안나와 아쉽다.

붉은 스테인드 글라스. 이 사진보다 색감은 강렬했다. 이 뒤에 태양이 있는듯 했다.

장소에 번호를 정해놓고, 그 장소에 도착해 오디오 가이드를 듣는 방식으로 관람을 했다. 제일 인상 깊었던것은 스테인드 글라스 였다. 나무의 가지를 뻗은듯한 기둥들이 성당을 떠 받히고 있어서 그런지, 거대한 숲안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그 느낌을 연결하여 스테인드 글라스는 자연의 빛을 내뿜고 있었다. 초록색 글라스는 숲에서 나온 빛 같았고, 붉은색 그라인드는 석양 같았다. 그리고, 이유모를 눈물이 계속 나왔다. 그 안에선 안도와 이완의 기분이 들었다. 밖에선 항상 긴장하고, 경계하고, 지킬게 많는 모드로 살았다. 하지만, 그 안에선 다 내려놓고 무장해제하고 머물라는 사인들이 여기저기서 느껴졌다. 실제로 가우디는 이 성당에서 온 사람들이 편안하게 머물길 바라는 마음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그것도 100년전에. 100년전의 생각이 2020년에 나에게까지 고스란히 정해졌다.

재미있는건 같이간 분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분이었다. 왜 그런지 모르고 눈물이 나온다고. 이런건 종교를 초월한것 같았다. 시간을 넘어선 연대감이 100년전에 가우디에게서 느껴졌다.

나중에 돌아와 바르셀로나 관광중 소매치기를 당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었다. 사고후 수습하는 절차며 시간이 힘들어, 바르셀로나에 정이 떨어지지 않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가우디만 생각한다면 소매치기 후에도 여전히 바르셀로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오고 싶은 곳이라고 했다. 그 마음이 어떤지 성당에 다녀온 나는 안다.

성당안에서 발견한 한글. 성당 건축 100주년 미사때 성당 한켠에 여러가지 언어로 주기도문을 새겼다고 했다. 그때 한글이 맡은 부분은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옵소서."

 

관람을 마치고 성당 밖으로 나와 오디오 가이드를 반납했다. 한켠에 있는 가우디 박물관에 갔다. 그곳은 처음 성당 건축당시 가우디가 지었던 성당건축 노동자들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였다 했다. 그곳에서 왜 가우디가 학교부터 지었는지 알만한 문구를 발견했다.

오른쪽 초로의 노인이 가우디이다. 거장이라고 화려하지 않다. 화려하지 않아도 사랑이 있다.

 

"일을 제대로 하려면, 기술보다 먼저 사랑이 필요하다."

(To do things right, first you need love, then technique.)

사랑으로 일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위하는 일을 먼저 했던것이다. 서울로 돌아와 컴퓨터 기술을 사용하는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인것 같아 가슴에 새기고 왔다. 결국 모든일의 본질은 사람이며,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지 않은 뛰어난 기술이라도 소용없다.

사랑보다 기술, 기술보다 물질을 먼저하며 살아서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맞고 있다. 가우디처럼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을 존중했다면, 현재는 무척 달라져 있을것이다. 몇년후 성당이 완공된다는데, 코로나로 과연 완공될수 있을까? 현재 그 성상에서는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 종식과 생명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겠지. 지금이라도 회개하고, 지구와 자연을 존경하는 태도를 가지면, 다시 바르셀로나에 갈수 있을까? 바르셀로나 다녀온게, 너무 먼 옛날의 이야기같다.